지난 10년간 케이블TV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이 논의된 바 있지만 최근 1년여 사이 케이블산업 종사자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난제에 봉착해 있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달하고 수용자 태도는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케이블TV는 특히 지난 몇 년간 모든 매체와 갈등의 정점에 놓여 있었다. 지상파·위성방송·통신 업계, 심지어는 정책 및 규제기관인 정부 부처와도 시시때때로 이견을 내세우며 갈등해 왔다.
갈등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케이블TV 산업에 대한 상당한 오해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로 인해 케이블TV 업계는 정부정책에 반대하고 새로운 기술도입을 막아온 사업자들로 비쳐져 안타까움이 앞선다. 정책과 제도의 미비가 사업자의 잘못으로 치부되고 있는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파수 활용 부족에 따른 편성 채널의 수급 불균형 문제, 중계 유선과 SO 경쟁구도에 따른 저가 요금 현실화다. 그러면서도 케이블TV 사업자는 꾸준히 정책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있다.
첫째, 공정경쟁의 틀 조성이다. 연초부터 관심이 된 공정위의 케이블TV 시장 독과점 논란만 해도 그렇다. 77개 권역에 115개의 사업자가 현존하는 케이블TV를 과연 독점사업으로 몰고 갈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국내 대기업이 케이블TV의 미래를 보고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전체 매출규모는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연 10조원 이상의 매출 규모를 가진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독과점이라고 몰아붙이며 시장을 나눠 먹는 것은 시기상조다.
이는 방송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 국민의 소비 성향에 기인하는 바가 크며, 특히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는 지상파의 오래된 독과점 폐해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소비 형태는 통신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쉽게 변화될 리 만무하며, 독과점보다 과당경쟁에 따른 폐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유사 서비스 경쟁이 요금 경쟁으로 치달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둘째,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를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서비스 재정의와 체계적인 분류가 선행돼야 한다. 서비스 체계의 재정의와 새로운 분류는 모든 갈등의 정점에 있다. 그런데도 봉합책만을 내놓아서는 갈등이 해결될 리 없다.
얼마 전 방송통신융합추진위가 처음으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의 의욕적인 주문도 뒤따랐다. 추진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지만, 우리 업계의 주문은 기구를 개편함으로써 사업분류 체계 및 인허가 제도의 뼈대를 우선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공정경쟁의 틀도 논의되고 소비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황금비율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케이블TV 업계도 디지털 전환을 지체해온 부분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IPTV나 VOD 서비스가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와 동일한 데도 마치 신기술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로 포장되고 있는 것은 케이블 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진 원인이 크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서비스에 과감히 투자하고 업계의 역량을 모을 수 있는 신규서비스 발굴과 참여에 속도를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방·통융합의 급물살에 휩쓸려 지역매체의 정체성 확보와 디지털 케이블TV의 확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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