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업계 "울고 싶어라"

 지상파DMB 단말기 업체들이 제품 가격 급락과 함께 과다한 유통 비용 부담으로 2중고를 겪고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큐리, 지티앤티, 메리테크 등 지상파DMB 단말기 업체들은 자체 유통망 확보가 어려운데다 출혈 경쟁이 고조되면서 유통사들의 요구에 끌려다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홈쇼핑 및 유통전문업체들의 수수료 과다 요구와 일방적 가격 조정 등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다한 유통 수수료=홈쇼핑들이 지상파DMB 단말기 업체에 요구하는 수수료는 평균 판매가의 30% 수준. 이미 제품 가격이 많이 떨어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현금흐름이 막힌 업체들로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단기간 높은 매출이 가능한 홈쇼핑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홈쇼핑 판매를 추진하다 포기한 업체 한 관계자는 “홈쇼핑의 금융비, 제작비, SO에 지불하는 비용 등이 결국은 모두 제조사의 몫”이라며 “특히 유통사가 판매대금을 3개월에 걸쳐 지급하는 것도 단말기 업체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홈쇼핑은 높은 수수료를 제외하면 유통채널로서는 최고라는 평가다. 홈쇼핑 진출을 검토중인 머큐리 관계자는 “광고효과, 매출증대 등에서 홈쇼핑은 최고의 효과”라며 “낮게 책정된 소비자 가격에 수수료를 제외하면 이윤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문제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가격 조정=유통업체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이지만 제조사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유통사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전체 단말기 가격이 연쇄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USB형 단말기를 판매하는 메리테크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등을 상시 모니터하고 있다”며 “저가로 올라오는 제품이 있으면 유통사에 곧바로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공동대응=유통사에 휘둘리고 있지만 업계 자정노력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업체로서는 자체 유통망을 갖출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IT벤처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수도권이라는 제한된 시장에서 과당 경쟁으로 판매처를 찾지 못한 업체들이 현금확보를 위해 가격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업계의 공동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