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의 컴퓨터 오락게임

온 나라가 ‘바다이야기’ 사태로 떠들썩하다. ‘바다 이야기’는 말이 컴퓨터 오락이지 사행성 도박기기나 다를 바 없다. 북한에도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은 아닐지라도 컴퓨터 오락게임이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즐기는 도박성 오락은 뭐니뭐니 해도 화투일 것이다. 화투는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일제시대 때 한국민의 오락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화투를 만든 일본 사람은 거의 화투를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놀이를 하는 방법이 발달해 지금의 고스톱이 생겼고 고스톱은 전 국민이 즐겨 하고 있어 한때는 ‘고스톱 망국론’까지 나왔을 정도다.

 북한에서는 해방 이후 화투놀이는 일제의 잔재라고 해 멀리 하다가 6·25 이후 김일성의 지시로 화투를 금지했고 50년대 후반에는 자취를 감췄다.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저녁시간에 호텔방에서 할 일이 거의 없어 무료했던 기억 때문에 두 번째 방북 때는 화투를 가지고 간 적이 있었다. 중년의 북한 사람에게 화투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화투놀이는 거의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화투는 부모님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어떻게 생겼고 하는 법도 대강 알고 있으나 김일성의 지시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주패라는 카드놀이(트럼프)를 한다고 했다. 주패는 6·25 때 중공군이 보급해 현재 북한 주민에게 가장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초상집은 물론이고 공원이나 운동장 등의 공공연한 자리에서도 주패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화투나 카드놀이나 도박성 오락임은 크게 다를 게 없는데 화투 금지로 인한 주민의 반발이라는 부작용의 무마책으로 주패는 허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주패놀이도 시간을 때우거나 심심풀이로 하는 것은 허용되나 도박의 성격을 띠면 단속되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매우 건전한 오락이라 할 수 있겠다.

 윷놀이·자치기·장기 등 남한에서 한때 즐겼던 놀이도 가끔 하는 것 같으며, 바둑은 한때 부르주아의 오락이라고 배척했으나 요즘은 어린이의 지능을 높여주고 노인들의 노쇠현상을 없애주는 뇌수 경기(두뇌 스포츠)라고 선전하면서 국가적으로 장려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 슈퍼마리오 등의 게임팩을 넣고 즐기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도 소수의 특수계층 청소년이 즐기고 있다.

 PC를 사용하는 북한 엔지니어가 휴식시간에 ‘솔리테어’나 ‘프리셀’ 같은 카드놀이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며, 자기들이 직접 개발한 게임도 하는 것 같았다. 남한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컴퓨터 오락으로는 PC용 장기·바둑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없을 듯하다.

 바둑을 장려하면서 개발하기 시작한 바둑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마 초단 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 조선콤퓨터센터(KCC)에서 개발한 바둑 소프트웨어가 프로그램끼리 대결하는 세계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컴퓨터 바둑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 1997년에는 5위에 그쳤지만 98년·99년 연속으로 우승을 한 후 일본에서 ‘은별(銀星)’이라는 브랜드로 꽤나 많은 판매 부수를 올렸다.

 그 후 6·15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 개시된 남북경협 사업의 일환으로 방북했을 때 KCC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은별’ 소식을 듣고 남한에 출시해 보자는 제안을 했고,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컴퓨터의 대국이 가능한 바둑 프로그램을 ‘유경바둑’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적이 있는데 크게 보급되지는 못했다.

 북한에도 자유시장 경제가 도입돼 사유재산이 활성화되면 ‘바다이야기’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천방훈 삼성전자 전무 benchu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