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꿈은 경남 테크노파크를 통해 실현된다.’
재단법인 경남테크노파크(대표 한일균)는 후발 테크노파크 중에서도 울산과 함께 가장 늦게 선정된 ‘막내’다. 아직까지 그럴싸하게 내보일 만한 본부동 건물이나 연구·지원동 하나 갖추지 못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모든 인프라 구축은 내년과 후년을 완공 목표로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경남 테크노파크(이하 경남TP)가 지닌 비전과 이를 이루려는 열정은 어느 TP보다 크고 뜨겁다. 임시로 빌려쓰고 있는 도청 앞 건강보험공단 건물 3, 4층은 오전부터 온종일 북적댄다. 공간도 좁을 뿐더러 외부 손님을 맞이할 장소나 넓직한 회의실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본격적인 TP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에 다른 것은 신경 쓸 틈이 없다. “좁기는 하지만 건물 완공 때까지는 그냥 지내야죠.” 임시 사무공간이 주는 불편함은 그리 관심 둘 사항이 아니라는 듯 TP사업단 관계자의 대답이 짧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최대 집적지, 기계산업의 메카 창원공단과 마산 자유무역지대 등 국가 경제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상남도와 기업사랑의 선구 도시인 창원의 중심에서 ‘경남 산업의 허브’인 경남TP가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대단위로 집적화돼 있는 산업체와 요소요소의 R&D 인프라에 걸맞게 경남TP의 비전과 목표는 높고 할 일 또한 많다. 어느 지역보다 많은 장점을 갖춘 지역적 토대 위에서 TP사업을 펼쳐나가는 만큼 가장 활력있는 TP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일균 경남TP 대표의 말에는 경남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경남TP 역할에 대한 넘치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지역산업의 구조 고도화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1단계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이 시작된 지난 2000년 6월 경남의 7개 지자체와 4개 대학, 2개 연구소, 은행 등이 공동 참여해 현재 경남TP의 전신격인 경남미래산업재단이 설립됐다. 재단 시절부터 지역특화사업을 비롯해 역내 업종·기술·인력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진행하며 각종 노하우를 쌓아왔다. 후발TP지만 높은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의 하나다.
대표이사 집무실 한쪽 벽면을 채운 사업계획 및 추진 현황판에는 테크노파크사업단, 전략산업기획단, 지능형홈연구기획단 등 내부 기관의 세부 사업 일정과 추진 경과 등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기계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경남기계특화기술지원센터, 사천에 위치한 항공우주센터, 마산의 메카트로닉스센터, 김해 지역의 정밀기기센터 등 이미 구축중이거나 예정인 센터와 관련 사항 면면에서 경남의 굵직한 산업 인프라와 경남TP의 묵직한 활동 영역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 또한 후발 경남TP의 자부심이다.
경남 4대 전략산업의 기반구축, 인력양성, 기업지원서비스, 기술개발 사업 등을 통합 관리·추진하는 경남TP 사업과 비전은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한 6대 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지원인프라 시스템 최적화 △기계산업의 지식기반화 지속적 추진 △연구기능의 집적화 △신성장 동력 산업 선도기업 유치 △투자펀드 조성 △물류체계 혁신(산업단지 리스트럭처링)이다.
특히 ‘연구기능의 집적화’ 전략은 국내 R&D의 중심지로 일컬어지는 대덕밸리와 차별화된 ‘실용적 상품화 연구개발단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를 위해 경남TP는 대기업 및 협력사의 연구 기능을 집적화해 중장기적으로 경남 지식기반 산업 육성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한일균 대표는 “종합적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타 지역과 차별화된 시범 사업을 발굴해가며 동남권 기술집적도시(Technopolis)의 핵심적이고 중추적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경남TP 한일균 대표
“경남TP는 경남 산업 발전의 허브 역할을 목표로 합니다. 경남도 등 지자체와 정부 출연연구기관, 기업지원기관, 지역 대학과 연구소의 기능과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기업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한일균 경남TP 대표(60)는 경남TP의 역할을 축구 포지션의 수비수(DF)에 비유했다. 수비수 경남TP는 후방에서 미드필더(MF)인 지자체, 대학, 연구소가 원활한 기능을 펼칠 수 있도록 받쳐주는 한편, 이를 조직적인 플레이로 연계시켜 궁극적으로는 공격수(FW)인 기업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해낸다는 얘기다.
“최전방에는 기업이 있습니다. 골을 넣는다는 것은 기업이 애로기술 해소와 신기술 개발, 나아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남은 훌륭한 미드필더를 갖추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인 골인(Goal In)을 위해서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 미드필더들이 제 역할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묶어내고 받쳐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후발 TP지만 한 대표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남달라 보인다. 경남이 갖춘 우수한 산업 인프라와 산업 구성원의 의지 때문이다. “경남TP의 출발은 미천합니다. 아직까지 사업 시작을 위한 인프라 조성단계입니다. 하지만 TP 시작 이전에 미래산업재단이 있었고 재단 사업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상태입니다. 더구나 경남은 경인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규모있고 내실있는 산업 집적화 지방입니다. 창원공단, 마산자유무역지대, 김해와 양산 등 신도시, 여기에 전기연, 기계연 등 국책 R&D인프라도 훌륭합니다.”
대단위 산업 집적화와 연구개발 인프라의 바탕 위에 경남TP는 이를 네트워크화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후발 TP를 막론하고 가장 큰 규모의 밑그림이 완성돼 추진 중이다. 이는 정부지원금이 많아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뒤쳐진 부분이 많아서도 아니다. 훌륭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반 위에서 TP의 소임을 멋지게 해내고 픈 경남TP 임직원의 열정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내년에 본부동, 연구동이 완공되고 유사사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신기술 창업지원과 기술고도화 지원 등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경남의 4대 전략산업과 관련 세부사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경남TP의 허브 역할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내부 직원들에게 지원기관의 위치에서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갖추라고 주문합니다. 외적으로는 무엇보다 지자체는 물론, 지역대학 및 연구소의 긴밀한 참여가 필요합니다. 경남TP 사업의 성공은 경남이 갖춘 장점들을 어떻게 잘 묶어내고 조직화시켜 나가느냐에 달렸습니다. 이후부터 세부 추진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경남TP는 가장 활력있는 지역산업의 거점기관이 될 것입니다.”
◆선도사업
‘기계산업 기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외기술자 초청 기술지도 사업’은 지역 특색을 살린 목표와 추진 이후의 효과 면에서 대표적인 경남TP 주관사업으로 꼽힌다.
이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해외기술자를 초청해 지역 산업현장에 투입, 집중적인 기술개발과 지도로 해당 기업의 애로기술 해결은 물론 기술 수준을 국제적으로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 ‘일본 단카이(베이비붐) 세대 엔지니어 모시기’라는 이름으로 몇 차례 소개된 바 있지만 경남에서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150억원을 들여 1단계 해외기술자 초청 기술지도 사업을 벌여 해외 고급 두뇌의 현장 수혈을 시작해왔고, 사업 지원을 받은 120여개 기업에서 지적재산권 91건, 매출증대 1800억원, 수입대체 607억원이라는 효과를 보았다.
최근 2년 동안 31명(28개 업체)의 해외기술자를 초청·지원했고 13개 컨소시엄을 구성·운영(50개 업체)하며 총 447건의 일반기술지원을 수행했다. 그 결과 314억원의 매출 증대 및 72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 산업체 기술력 향상과 품질개선의 일등공신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또 지난 해와 올해 산업자원부 평가에서 연거푸 우수사업으로 선정, 추가 국비 지원까지 받게 돼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경남TP 주관의 해외기술자 초청 사업이 지닌 특징은 해외기술자 초청 시 가장 많이 드는 자문료에서 대기업 60%, 중소기업은 80%로 차등 지원해 지역내 중소기업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점이다.
또 컨소시엄 기술지원과 단기 기술지도 항목을 새로 추가했다. 기업은 핵심부품 및 소재 관련 기반기술을 동종업체 간에 컨소시엄 구성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고, 특정 기술 뿐 아니라 일반 기술에 대한 지원까지 포괄적으로 추진해 종합적인 부품생산 기술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경남TP는 향후 2008년까지 연중 수시 신청을 받아 연평균 20여명의 해외기술자를 초청해 기업에 지원하고 8개 이상의 컨소시엄을 구성·운영해 해마다 50여개 이상의 기업이 기술자립과 새로운 수출품목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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