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리 사과와 게임산업 육성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한명숙 국무총리가 29일 국민에게 사과했다. 한 총리는 “제도적 허점과 악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잘못의 원인과 경과를 철저히 규명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말처럼 이번엔 책임소재가 분명히 밝혀지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또 범정부 차원의 특별대책기구를 통해 사행성 게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다시는 사행성 게임이 이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정책 실패로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사안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힌 적이 별로 없다. 당연히 정책담당자들에 대한 처벌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정책 실패나 오류와 관련해서는 입안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두번 다시 정책 실패로 서민이 어려움을 겪고 서민경제가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바다이야기를 허가해 준 것은 정부다. 경고음이 나왔지만 미적거리다 사태를 이렇게 키운 것도 정부다. 사전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아직도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부처 간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한심할 뿐이다. 부처 간 책임소재도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바다이야기나 황금성 외에 경마·경륜·경정·카지노·복권 등이 건전한 게임 수준을 넘어 국민정신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식 대응은 안 될 일이다.

 특히 건전한 게임산업과 사행성 오락장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건전한 게임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다. 반면에 사행성 오락은 근절해야 할 대상이다. 이번 바다이야기 사태가 자칫 게임산업 육성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이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시행도 하기 전에 시행령 개정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일부 정치권과 이익단체 등에서 △사행성 오락장 단속 기준 △경품용 상품권 관련 규제 근거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단체는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이미 ‘청소년보호법’에 명시된 내용을 게임산업진흥법에 새로 넣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한다.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이들이 요구하는 문제는 모두 해소된다는 것이다. 가령 ‘사행성 게임 등급 취소’나 ‘인증 칩 부착’의 명문화 등은 게임산업진흥법이 발효되면 ‘18세 이상 가’ 등급 게임이 모두 예외없이 재심의를 받도록 돼 있어 당연히 불법 게임으로 분류돼 퇴출될 수밖에 없다. 또 인증 칩도 새 법에 의무조항으로 규정돼 있다고 한다. 사실이 이런데도 개정된 법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인기에만 급급해 불필요한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 전문가들도 게임산업진흥법이 본격 발효되기 전에 손질을 하기보다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행행위등규제및처벌특례법(사특법)을 잘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무리하게 게임산업진흥법으로 이를 규정한다면 입법 취지인 ‘게임산업 진흥’ 목적을 제대로 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게임’과 ‘유사 게임을 이용한 사행영업’의 구분이 모호해져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니 정치권은 이를 유념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과 악용 소지는 엄격히 막아야겠지만 이것이 건전한 게임산업 육성을 가로막는 장애가 돼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