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공계 활용하기

 ‘이공계 살리기’는 참여정부 핵심 어젠다 중 하나였다. 덕분에 이공계에 대한 관심은 많이 높아졌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공계을 지원하는 대입생도 늘어났다. 업계 사장 중에 줄잡아 60%는 이공계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 첨단기술이 각광받으면서 사회분위기도 ‘공돌이’이라는 비하 섞인 목소리보다는 ‘엔지니어’의 당당함이 더 우세하다.

 국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술만 한 재료는 없다. 부국의 척도이자 강국의 잣대다. 미국이 기술의 종주국으로 자부하는 것 역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주항공의 특별한 기술 덕이다. 따라서 ‘기술유출’을 법으로까지 묶어 엄히 다스리는 것은 기술이 국가의 현재 ‘힘’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술의 중요성을 재차, 삼차 강조하는 것은 입만 아픈 얘기일 뿐이다.

 따라서 이공계가 죽어 있다면 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이공계가 죽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죽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의 냉대나 조직적인 측면에서의 한계일 뿐이다. 그것은 다분히 운영의 문제다.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은 이러한 사실을 더욱 확신케 한다. 그는 “소재분야 해외전문가들이 한국을 보고 타 산업보다 유독 취약한 소재산업 분야의 고급 전문가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웬만한 선진국치고 이 만큼의 전문인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는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결코 ‘기술인력 부족 국가’가 아니다. 취약한 소재산업 분야에서조차도 고급 기술인력이 넘쳐나는 사실이 이를 방증해 준다. 적어도 인력 측면에서 이공계 살리기의 ‘약발’은 다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급한 것은 ‘이공계 활용하기’다. 길러낸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숙제라고 하는 것이 옳다.

 최근 기술에 경영을 접목한 기술경영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산업자원부의 발표는 고무적이다. 밑도 끝도 없는 ‘마구잡이’ 살리기보다는 필요한 인원을 산정해 양성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 일시적인 정책이 아닌 꾸준히 레임덕 없는 정책이었음 하는 바람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