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단백질 신약연구의 애로

 얼마 전 일본 인디영화 상영전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다. 말 그대로 수학박사가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는 내용이었는데, 과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과학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보통 수학이나 과학 분야는 살아가는 데 직접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나 연구자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온통 과학으로 이루어져 있고, 1분·1초의 시간과 공간 속에도 과학은 존재한다. 때문에 과학연구는 실생활을 반영해야 하고, 새로운 연구로 사람들을 이롭게 해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특히 인명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닌 신약연구 분야는 더욱 중요하다.

 나는 대형 제약사에서 신약연구를 담당하다 올 초 바이오벤처로 이직했다. 그런데 옮기고 보니 연구하기 편한 환경은 결코 아니었다. 부족한 것도 많고 연구에 필요한 조건 하나하나를 스스로 채워가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신약 개발자 처지에서 제일 먼저 느끼는 어려움은 상품화 과정의 확립이다. 단백질 신약은 완제품이 출시될 때 아주 미량일지라도 발생 가능한 불순물을 철저히 확인하고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생길 수 있는 미세한 변수까지 모두 고려해 검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신약의 대량 생산화 과정을 세팅하는 것이다. 재조합 단백질 신약은 너무나 많은 물질의 복합체인 세포를 파괴해서 그중에서 원하는 단백질 분자만을 순수 분리해야 할 뿐 아니라 품질과 효율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안전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이오벤처의 많은 연구원은 밤을 낮처럼 일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곧 바이오벤처가 세계적인 신약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고,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연구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자금 한계를 국가에서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지원해 줘야 한다. 최근 FTA 신약특허권 강화 등의 이유로 국내 제약업계가 위축돼 있는데 바이오벤처의 훌륭한 기술력을 새로운 대안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국내에는 유능한 연구원이 많고,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든든한 힘이 되지 않는가.

 

-최기두 포휴먼텍 신약개발 팀장 ckd@aptech.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