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산업 규제권 통신위 이관 환영

 정보통신부가 통신산업 규제권을 통신위원회로 이관키로 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통신위 위상 강화를 위해 통신사업 인·허가권을 통신위에 이관키로 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산업정책에서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이 분리되는 것은 순리다. 지원 중심의 진흥 정책과 그 반대인 규제 정책을 한 곳에서 담당한다면 정책이 왜곡되거나 부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흥과 규제가 한 곳에 있을 경우 정책의 무게중심은 인기가 있는 진흥 쪽에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정책 담당자들이 진흥 정책에 규제라는 강력한 힘을 빌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 경우 산업계는 규제가 무서워 진흥 정책에 일방적으로 박수를 치는 경향을 보여 정책 실패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진흥과 규제라는 양날의 칼날을 모두 쥐고 있어 부패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이 전국적으로 범람하게 된 것도 진흥과 규제가 철저히 분리되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사실 부처 간 관할권 싸움이 치열한 때에 강력한 힘의 원천인 규제 기능을 포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지난 수년간 방송위원회와 정통부가 통신·방송 융합과 관련돼 한치의 양보도 없이 관할권 다툼을 벌여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통부가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규제권을 포기하고 통신위로 넘기려는 것은 규제와 진흥의 분리가 시대 흐름상 피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점을 방증한다. 또 앞으로 설립될 방통통합 규제기관의 성격을 규제 완화 쪽으로 유도해내려는 고육책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정통부는 지난 10여년간 통신사업 인·허가권이라는 서슬 퍼런 칼날을 가지고 진흥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CDMA 신화와 IT벤처 육성으로 우리나라를 통신강국으로 발돋움시킨 것은 정통부의 공이다. 그러나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환경을 맞아 정통부는 강력한 규제 권한 때문에 오히려 산업 진흥에 발목을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IPTV제도 도입은 방송위의 제동으로 제자리 걸음을 해왔고 LG텔레콤의 비동기 IMT2000과 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권 반납으로 규제와 진흥이라는 전가의 보도는 날이 무디어지고 있다.

 정통부가 이번 규제 기능 이관과 관련해 “통신시장이 급격히 변하면서 정부의 전통적인 사전규제 정책도 사후규제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는 뜻”임을 강조한 것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통합규제 기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의 여건은 정통부의 변화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와 있다. 우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추진중인 방통통합 규제기관 설립이 가장 큰 변수다. 방송위와 통신위가 물리적으로 통합될지, 기능적으로만 통합될지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더불어 통합규제기관이 얼마나 규제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진화하게 될지도 중요한 관건이다. 방송위는 수직적 규제 방식의 하나인 플랫폼별 규제로의 전환을, 정통부는 수직적인 규제에서 완전히 탈피한 수평적 규제로의 전환을 각각 주장하고 있을 뿐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가 통신산업은 물론이고 통신·방송 융합산업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권의 과감한 이전이 선언적 의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규제권 이전에 앞서 스스로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 사전 규제를 사후 규제로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을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 정통부의 과감한 결단에 이은 구체적인 실천으로 답보 상태에 있는 통신·방송 융합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