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리보드가 사는 길

 프리보드가 죽을 쑤고 있다.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주식유통 시장인 프리보드는 기존의 제3시장이 이름을 바꿔 작년 7월 재출범했다. 그러나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프리보드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핵심 주체인 벤처기업 내부에서조차 ‘프리보드 시장’이 무엇이냐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작년 7월 재출범 당시 프리보드에서 거래되던 유통기업은 총 60개사로, 시가총액이 5809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4일 현재 거래기업은 56개사로 줄었고 시가총액도 4165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이 확대돼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축소되고 있으니 프리보드 담당자들의 속이 탈 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과의 세제 불균형’ ‘매매거래 방식(상대매매 방식 채택)의 불리함’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가뜩이나 신흥 시장으로 자리를 잡기 힘든 상황에서 다른 시장보다 거래 조건이 불리해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프리보드 시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프리보드 시장 관련 소득세법·증권거래세법·조세특례제한법 3개 법안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벤처기업이 아닌 일반기업의 소액주주도 프리보드를 통해 주식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했으며, 프리보드의 증권거래세율(0.5%)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거래세율(0.3%)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 프리보드에 신규로 지정되는 벤처기업에 대해선 사업손실준비금의 손금산입을 인정해 자금부담을 완화했다. 유가증권·코스닥 시장과의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프리보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매매거래 방식의 개선도 급하지만 세제 불균형 문제 역시 시급하기 때문이다.

 더는 프리보드 시장을 방치해선 안 된다. 이번 법안이 정치공세의 희생양으로 상정도 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면 프리보드 활성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가는 셈이다. 프리보드가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기대한다.

경제과학부·설성인기자@전자신문,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