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양해각서까지 교환하며 ‘디지털방송활성화특별위원회’를 만들고 디지털TV 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민 상당수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TV는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저소득층 구매 의사율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에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 보조금 지급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업자가 자사 이기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실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6대 광역시 15∼50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 방송 수용도 및 디지털 TV 구매 성향’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TV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49.3%가 ‘현재의 아날로그TV에 만족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TV가 비싸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38.2%나 됐다.
◇디지털TV 전환, 체감도 매우 낮다= ETRI는 이 보고서에서 디지털방송 시청경험 유무에 따라 디지털TV 필요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청 경험자는 가격(50.8%)을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이라고 대답했고 미시청자는 아날로그TV에 대한 만족(55.9%)을 1순위로 답해 디지털 방송 시청 경험 여부가 디지털 전환의 중대 변수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소득 100만원 이하인 가구의 디지털TV 구입률이 0%로 나타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을 시 디지털 방송이 보편적 서비스가 아닌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소지가 있음을 예고했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점(2010년)도 조사 대상 가운데 8.3%만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50% 이상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에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소비자 측면에서도 종료시점을 앞당기는 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장재혁 ETRI 기술경제성분석팀 연구원은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가구에는 저가의 셋톱박스 보급이나 지원금,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무상지원까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방송활성화특별위원회, 추진력 있어야= 현재 정통부와 방송위가 꾸린 디지털방송활성화특별위원회가 디지털TV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특위가 법 제정 등 모든 실무부터 결정까지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기구 간, 방송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특별법 제정과 아날로그TV 종료 시한 설정 등을 제때에 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위원 19인 인선과 실무위원회 구성부터 늦어지는 상황이다. 애초 올 정기국회에 상정하기로 했던 ‘디지털방송활성화 특별법’도 내년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시청 안테나 설치와 멀티모드서비스(MMS) 문제 역시 지상파방송사·케이블TV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어 정상적인 위원회 활동이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위가 출범부터 강력한 추진력을 갖추지 못하면 디지털TV 전환시기를 놓쳐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송계 “자사 이기주의 버려야”=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10월 디지털 지상파방송, 2002년 3월 디지털 위성방송에 이어 지난해 2월부터는 디지털 케이블TV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처럼 디지털 방송을 비교적 일찍 도입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가정 내 TV 보급률과 각 방송사의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이 지체된 것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디지털TV 규격 논쟁이 지리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 향유와 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빠른 정책 판단과 강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와 콘텐츠 공급자는 관련 법과 정책이 하루빨리 확정돼 수요가 창출될 것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학계에서도 지상파·유료방송 사업자가 실질적인 디지털TV 시청자 주권 회복을 위해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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