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우리는 날마다 잡아먹거나 아니면 잡아먹히는 전쟁을 치른다. 성공하고픈 야망도 있지만 점점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이제는 살아남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부하와 동료, 뭐가 불만인지 야단만 치는 상사의 마음을 읽어 내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 저널리스트 리처드 콘니프가 동물에서 인간의 세계로 관심사를 넓히면서 캐낸 보석 같은 책이다. 그가 들여다 본 치열한 비지니스 세계는 결국 동물의 왕국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실제 책에서 소개하는 동물의 생존법칙은 세계적인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출세한 이갸기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싸우고 화해하는 정글의 법칙은 비즈니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 장마다 원숭이와 침팬지, 프레이리 들쥐와 아마존의 피라니아까지 철저한 연구와 고증을 거친 동물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우두머리가 되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벌이는 동물들의 움직임과 세계 유수 경영석학들이 지적하는 직장인의 생존 메커니즘은 결코 다르지가 않다. 또 세계 경영 최일선에서 날마다 경쟁사들과 피터지게 싸우다가 필요에 따라 적과의 동침을 서슴지 않는 비즈니스의 숨겨진 이면들이 동물학적으로 분석되는 과정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HP의 전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는 루슨트 재직시절 신입사원을 맞이하는 교육장에서 바지정장 속에 양말로 터무니없이 큰 남성성기를 넣은 것처럼 위장한 채 걸어나왔다. 이처럼 계산된 행동으로 피오리나는 여자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분위기를 일신시키고 다수의 남성 조직원들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실제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실천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직장에서 생존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장악하며 최고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을 동격으로 놓는 저자의 콘셉트상 이 책은 지나치다 싶게 솔직하다. 비지니스 정글을 지배하기 위한 9가지 전략들은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 △중대한 위험이 닥쳤을 때는 무작위로 누군가를 공격하라 △무리와 함께 일하라 △성공의 과일은 나눠 가져라 등을 거론한다. 또 상사의 속마음을 읽기 위해 비언어적 표정이나 몸짓에 주목하라고 가르친다. 점잖은 말과 표정으로 본심을 숨기는 상사들을 꿰뚫어 보려면 눈썹과 입술모양의 미세한 움직임을 상세히 읽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원숭이를 관찰하는 동물학자의 시선과 다름이 없다. 처세술을 담은 책들이 대부분 인간의 본성을 거론하지만 이 책은 더욱 노골적이다. 인간을 동물의 행동양식에 맞춰서 분석하다 보니 때론 불쾌한 감정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직장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동물의 왕국과 같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리처드 콘니프 지음, 이호준 옮김, 랜덤하우스 코리아 펴냄 1만5000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