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워싱턴 협약

 미국 기술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인터넷 카페가 작년 말 미국에서 날라온 소식 때문에 소란스러운 적이 있었다. 미국 오리건주만이 외국인에게 기술사 시험 자격을 주기 때문에 이곳에서 1차와 2차 자격시험을 통과해 미국 기술사 자격증을 따려는 부푼 꿈을 갖고 있던 회원들이 미국에서 전해진 소식에 크게 낙담한 것이다.

 원인은 오리건주가 미국공학인증원(ABET)이 인증한 대학이나 ABET가 인정하는 외국의 인증기관이 인증한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만 1차 시험 응시 자격을 주도록 요건을 바꾼 데 있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가 워싱턴 협약 정식 협정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워싱턴 협약은 지난 1989년 아일랜드·호주·캐나다·뉴질랜드·영국·미국이 중심이 돼 체결한 공학교육국제인증 협약이다.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은 공학교육인증기관을 설치 및 운영하고 이공계 대학의 커리큘럼이나 교수방법 등이 협약에서 정한 국제 표준에 적합한지를 심사, 공학교육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물론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의 공학 계열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은 다른 국가에서도 내국인과 동등한 자격으로 기술사 시험 등 각종 이공계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지난 89년 이 협약이 체결된 이후 현재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홍콩·일본 등이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준회원으로는 독일·말레이시아·대만 등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 6월 전 세계 25개국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국제회의에서 준회원 자격을 얻은 상태다. 정회원이 되려면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 정회원들의 사전 평가를 거쳐 공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성숙돼 있지 않으면 신규 가입 또는 승격 자체가 매우 어렵다.

 국내 공학교육인증기관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따르면 워싱턴 협약 운영위원회 평가팀이 방한해 국내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운용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내년 6월 우리나라의 정회원 승격 여부를 결정짓는 본회의에 앞서 국내 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평가팀 방한이 국내 공학교육인증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제과학부·장길수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