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VD 포맷인 HD DVD와 블루레이 간 대결의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최근 잇따른 타이틀 출시 발표 등으로 블루레이가 힘을 얻는 듯했지만 6일 소니가 블루레이 포맷의 강력한 전파 수단이 될 PS3의 출시 연기 및 지연계획을 발표하면서 블루레이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사실 성능, 특히 저장 용량에서만 보면 HD DVD는 블루레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블루레이는 기본 용량이 HD DVD의 1.5배 이상인데다 최근 TDK가 200GB 디스크 시연에 성공하며 블루레이의 대용량화 가속을 예고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해도 BD의 4분의 1에 불과해 HD DVD가 HW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블루레이의 SW는 HW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HW는 최신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영상 데이터를 제어하는 코덱은 구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HD DVD 영화는 MPEG4와 맞먹는 코덱으로 인코딩되지만 블루레이 영화는 기존 DVD의 MPEG2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해외 사이트 등에서 블루레이가 가격만 비싸지 화질 등 중요한 면에서는 나을 것이 없다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에게 HW 성능은 가상의 수치다. 콘텐츠 구동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HW 성능은 소비자에겐 그야말로 ‘바람먹고 구름나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HW 성능 자체가 아니라 SW까지 연계된 전체 시스템의 만족도인 것이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듯 20세기폭스가 지난주 드디어 블루레이 영화에 MPEG4급 코덱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비자의 불만이 확연하게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때늦은 깨달음의 열매는 쓰디쓸 것이다. 기존의 구 코덱 블루레이 영화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 것이다. 블루레이 영화에 처음부터 MPEG4급 코덱이 적용됐더라면 두 포맷 간 판도는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1970년대 벌어진 소니 베타맥스와 마쓰시타 VHS 간 VCR 표준전쟁에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베타맥스가 패배하고 만 것도 지원하는 SW와 콘텐츠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HW가 IT산업 전체의 기반이긴 하지만 SW 없이는 결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소니는 부품 결함으로 PS3 출시 연기까지 발표해 더욱 궁지에 몰렸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