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통신 역무에 대한 결합상품 고시 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를 상호 대체상품으로 보려는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현재 역무 구분으로 볼 때 시내전화와 VoIP는 모두 기간통신사업이긴 하나 각각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그러나 법으로 규정한 역무와 달리 시장 경쟁 영역은 음성전화라는 점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다.
논의의 초점은 결국 이처럼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음성전화라는 동일 시장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상품을 상호 대체상품으로 볼 수 있느냐로 모인다.
결합상품 대체 논의는 지난달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한 ‘결합판매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기점으로 연말까지 정책당국 및 사업자 사이에서 뜨겁게 이어질 전망이다. KISDI 공청회에서는 예상대로 ‘KT(지배적사업자) 대 비KT진영’ 간 극단의 대립 양상을 보인 바 있다.
결합상품 고시 제정을 두고 대체 논의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결합상품 구성의 핵심이 될 KT의 시내전화가 결합 조건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 즉 VoIP를 시내외 전화의 대체상품으로 볼 경우 KT의 결합 조건은 그만큼 완화될 수 있다는 것.
VoIP 서비스 사업자가 다수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공정 경쟁의 잣대인 경쟁사에 대한 ‘동등 접속’ 조건에서 KT가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VoIP를 시내전화 대체상품으로 보지 않을 경우 KT의 타사업자에 대한 시내전화 상품 제공 조건이 의무화되는 등 KT의 결합 조건은 까다로워진다.
KT로서는 내심 VoIP가 시내전화 대체상품으로 간주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경쟁사에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내전화+이동전화’를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상품으로 보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지배적 역무의 결합상품 허용이라는 점에서 VoIP를 시내전화 대체상품으로 보는 인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이론적으로 VoIP가 시내전화 대체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KT가 시내전화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VoIP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며 “실제 동일 시장에서 경쟁 상황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한 후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VoIP의 시내전화 대체가 오히려 결합상품의 활성화와 서비스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관계사인 SK네트웍스의 VoIP 결합, 또는 KT의 PCS 재판매 상품과 VoIP의 결합 등은 결합상품 활성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는 VoIP 전문업체들에도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 구조 개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배적 역무에 대한 결합상품 허용 고시 제정은 결과적으로 역무 구분이나 시장 획정 등의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보통신부가 연내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통신 규제 로드맵 등과 함께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