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서비스 사이언스

[월요논단]서비스 사이언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서비스 부문의 기여도가 상품부문보다 더 큰 시대인데도 서비스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과학이 엔지니어링·수학·물리학 등에서 하나의 새로운 가지로 뻗어 나오게 된 것은 새 학문을 통한 인력 공급이 경제사회의 급선무로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경제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산업 간 협업은 새로운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서비스는 국가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미국은 GDP의 약 80%를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고 있고, 기타 선진국도 평균 70%를 점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의 경영관리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정보서비스가 ‘서비스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요즘 기업들은 ‘서비스의 산업화’를 슬기롭게 받아들여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력 공급 방안을 교육시스템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 ‘서비스 사이언스’다. 비즈니스 성장에 필요한 맞춤 인력 양성, 예측불가한 인과관계 속에서 결과중심의 조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의 공급 그리고 스킬의 유용성을 갖춘 다양한 인력의 공급이 우선 과제라고 한다면, 이러한 전략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이 될 인적자원을 산·학·연의 협업을 통해 양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기관들은 컴퓨터 과학자를 많이 양성해 내고 있다. 경영대학원들은 우수한 MBA를 배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교육 과정은 아직 활성화돼 있지 못하다. 기술발명과 경영의 통찰력 결합이 이노베이션의 관건이란 점을 고려할 때, 학계는 이 두 분야의 결합을 이뤄낼 수 있는 인력 양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노베이션일수록 기술과 사회적 통찰력의 결합을 요구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에도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산업수요를 예측하고 이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 이것이 교육계의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돼야 한다.

 사실 현재 대학 교과과정에는 서비스 엔지니어링, 서비스 마케팅, 정보과학 시스템 등 다학제적 학과목이 많이 있다. 주로 한 관점에 집중했던 1990년대까지의 교과목에 비하면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비스 사이언스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련된 것이다. 학계·정부·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비즈니스 가치, IT 프로세스, 조직문화라는 세 요소를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다학제적인 협업모델을 운용하자는 것이 서비스 사이언스의 핵심이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차별화를 추구한다. 이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공급, 외부 업체와의 협업 방식 등에서의 차별화다. 기업의 성패는 고객의 요구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기업들이 지향하는 ‘온 디맨드 비즈니스’는 고객·협력업체·학교·정부 등이 연결된 에코시스템에서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교육기관이 길러내고, 산업전문가들이 대학·대학원과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인 서비스 사이언스를 하루빨리 발전시켜 서비스 이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기를 기대한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cgm@kr.ib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