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평판디스플레이 위기 극복의 길

 우리나라 평판디스플레이(FPD)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전 세계 FPD 산업을 주도하는 중심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는 LCD와 PDP 등 전 세계 FPD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 자타가 공인하는 FPD 1등 국가다. FPD 국제학술대회나 전시회에서 가장 우수하고 돋보이는 제품과 논문은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이고 양적으로도 항상 최대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의 뒷면에는 FPD 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의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FPD 산업에 염려스러운 일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FPD 산업 선두주자로 나선 이후 일본과 대만, 중국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부가 앞장서 면세 및 세금경감 정책 등을 통해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FPD 산업 규모가 세계 최대라고 자부하지만 허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아직도 FPD에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재료·부품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FPD를 생산·수출해 이익을 얻더라도 많은 부분이 외국 장비·재료·부품을 구입하는 데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를 계속하다 보니 개별 기업의 FPD 원천기술 투자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FPD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을 얻는 건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의 장비·재료·부품기업이다.

 장비·재료·부품을 생산하는 원천기술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FPD 산업의 선두인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FPD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는 거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원천기술 분야가 약한 우리나라가 FPD 산업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선두를 유지할지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튼튼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를 언제든지 앞설 수 있는 일본·대만·중국 등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원천기술 및 응용기술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간 FPD 기술 개발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펼쳐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데 만족하고 새로운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면 이는 곧바로 머지않은 미래의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디스플레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지원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관련 재료 및 부품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수조원이 소요되는 설비 투자 및 시장의 가격 인하 압박 등 기업이 여러 가지 고충을 겪고 있어 기업 자체적으로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원천기술 부문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FPD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정부가 원천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원천기술 개발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급함을 보여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FPD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참을성을 가지고 원천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원천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주저한다면 우리나라 FPD 산업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임성규 단국대 정보디스플레이연구소장 limsk@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