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우리들의행복한시간

[스크린]우리들의행복한시간

 한바탕 블록버스터 영화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한 편이 관객을 찾아왔다.

 손목에 세 개의 자살 시도 흔적이 남아있는 여자 유정(이나영),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한 채 사형날짜만을 기다리는 남자 윤수(강동원). 그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교도소 만남의 방에서 마주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차갑기만 했던 이들의 만남은 서로가 닮아있다는 것을 인정한 뒤부터 점점 따스해져간다.

 그리고 윤수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소설의 잔가지들을 걷어낸 채 두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 이야기이지만 평범한 멜로드라마와 달리 이 영화는 두 남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모래시계’ 태수의 사형 장면 이후 가장 슬픈 사형 장면을 만나게 된다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관객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전작 ‘파이란’을 통해 비범하지 않은 멜로드라마를 선사했던 송해성 감독의 작품으로 이나영과 강동원의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만날 수 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