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 정액제 전환 `꿈틀`

 유선전화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종량제 기반의 요금체계가 ‘정액제’로 전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반망(PSTN) 기반의 유선전화는 소비자가 볼 때 보편서비스(시내전화)로, 사업자가 공존하는 시장 기준으로는 특정기업(KT)의 독점 형태로 오랫동안 유지돼온 역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기본료를 바탕으로 사용한 만큼 지급하는 종량제는 유선전화 요금제의 골간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KT를 겨냥한 듯한 ‘약관인가제’ 역시 종량제가 관행에서 쉽게 헤어날 수 없는 마지막 규제 틀로까지 간주되는 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최근 유선전화 시장의 이 같은 근간이 흔들릴 조짐이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선전화 종량제 요금체계가 정액제 기반으로 바뀔 가능성은 물론이고 이에 따라 사전규제로 KT를 옭아맸던 인가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는 올 초 규제완화를 천명한 정보통신부의 공식방침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이후 유선전화 시장을 통신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진원지로 지목하고 있을 정도다.

 ◇유선 정액제 활성화 조짐=3년 전 한시적 정액제 상품을 출시했던 KT는 최근 정액제 상품을 재출시했다. 500원이나 1000원을 추가하면 무제한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이 상품은 현재 하루 3000∼4000명의 고객이 가입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KT는 나아가 최근 요금인가에서 완전 자유로워진 영국 브리시티텔레컴(BT)이 요금구조를 선택요금제 형태의 정액제가 아닌 완전 정액제 기반으로 바꾼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요금구조 변화 즉, 정액제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KT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데이콤도 시내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전화(VoIP) 정액제 도입을 검토하며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 국내에서도 통화 패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선택형 정액제 상품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처럼 ‘정액제 기반의 무제한 통화’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유선, 정면돌파하나=정액제 도입은 유선사업자의 연착륙 전략의 마지막 선택이자 통신시장에 무한정 요금경쟁 신호탄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일정금액을 내면서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요금제 도입은 이동전화나 대체 통신 서비스에 의한 통화량·매출 감소를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통화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는 시기에는 종량제가 가장 적합한 요금구조다. 그러나 통화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종량제 고수가 오히려 불리하다. 정액제로 일정 매출을 보장하되 다량의 통화량으로 대체 상품으로 옮겨가는 고객을 붙잡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LG텔레콤의 ‘기분존’처럼 시내외는 물론이고 시외구간별 요금구조가 엄격히 구분돼 있는 유선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다른 역무의 상품 등장도 유선전화 사업자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미 유선 전화 통화량이 과거에 비해 절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다른 역무의 공격은 유선전화 사업자로 하여금 정면대응할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리게 할 만하다.

 ◇정통부 규제완화 방향 관건=업계에서는 연말께 드러날 정통부의 규제 방안의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정통부가 엄격한 역무 구분 문제나 인가제 형태의 사전 요금 규제의 불합리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정액제 수용과 이에 대한 인가 조건의 완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이 허가되면서 유선전화를 묶은 결합상품에 대한 신고제 도입 역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통부 역시 이 같은 변화와 역무 간, 사업자 간 경쟁구도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눈치다.

 유선전화의 정액제 활성화는 소비자 시각에서 전혀 다른 통신 소비 패러다임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도 있다. 유선전화 정액제가 결합상품이나 여타 다른 정책과 맞물릴 경우 ‘통신 서비스는 보험처럼, 컨설팅에 의한 개인 소비 패턴 분석을 전제로 한 통합 지출 형태로 변화될 것’이라는 예측과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