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 샤오핑이 지난 79년 미국 방문 후 유명해진 이른바 ‘흑묘백묘론’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네오웨이브의 원치 않은 인수합병 사건을 계기로 흑묘백묘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봤다. 네오웨이브는 국내 통신장비 업체로는 드물게 핵심 광전송장비를 국산화해 KT에 공급하고 일본 통신사업자와 대규모 VDSL 장비 공급계약을 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던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갑자기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것은 대주주였던 한창이 소유했던 지분 대부분을 제이엠피라는 회사에 매각하면서부터다. 물론 지분 매각은 대주주와 인수기업 간 합법적 테두리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매매였다. 51% 이상의 지분이 옮겨 갔으니 당연히 경영권도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최두환 사장 등 네오웨이브 경영진과 임직원은 새로운 주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경영권 방어를 선언했다.

 ‘전원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임직원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제이엠피의 ‘자산 건전성 부족’ 대목. 주변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제이엠피의 대규모 적자는 둘째로 치더라도, 200억원에 이르는 주식 인수대금 중 50% 이상을 넉 달 만기의 단기 차입금에 의존한 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실제 코스닥 시장에서 잘못된 인수합병으로 사라진 기업 대부분이 비슷한 출발점과 과정을 밟았다. 많은 이가 이런 사실을 망각할 리 없는 것이다.

 현 네오웨이브의 경영진이 우려하는 부분도 인수를 위한 단기차입금을 갚기 위해 회사 돈을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경우다.

 제이엠피 측에서는 ‘누구든 경영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며 회사를 건전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크게 신뢰를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쥐’를 잘 잡는지를 떠나 과연 ‘고양이’의 실체가 무엇인지 일말의 의구심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제이엠피 측은 흑묘백묘론을 말하기 전에 자신이 진짜 고양이임을 먼저 입증해야 할 듯하다. IT산업부·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