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마크 허드 체제 급부상

마크 허드 CEO
마크 허드 CEO

마크 허드 HP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개혁이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HP는 12일(현지시각) 패트리샤 던 회장이 내년 1월18일 이사회에서 사임할 예정이며 이후 허드 CEO가 회장직을 겸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 피오리나 전 회장 해임 직후인 지난해 2월 회장에 선임된 던은 회사 기밀 정보를 유출한 이사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빚어 사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사회 회의 내용을 언론에 계속 유출해 온 이사를 색출하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 이사진과 9명의 기자의 통화기록을 입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 정보를 빼내는 프리텍스팅(pretexting)이란 불법적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자사 기밀정보 유출 조사가 지난해 초 시작돼 올 초 더욱 강화됐지만 지난해 4월 부임한 허드 CEO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허드 CEO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가속될 전망이다.

HP는 허드 CEO 부임 후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절감과 수익개선 노력을 통해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배 이상 증가한 순익을 달성했다. 지난 7월에는 SW업체인 머큐리 인터랙티브를 45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SW 사업을 보강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허드 CEO는 최근 성명에서 “나는 부적절한 조사 방법이 다시는 채택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허드 CEO가 이번 사태에 대한 미 연방과 의회 및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조사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힘쓰고, 회사 주주들에게 이사회가 저지른 실수에 정면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또 피오리나 전 CEO가 이사회에 지나치게 제왕적으로 군림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은 점을 감안할 때 허드 CEO도 이사회를 지나치게 제어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FT는 이사회가 허드 CEO에 대해 강한 견제력을 갖추기를 주주들이 바랄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빌 락키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대변인은 HP의 이번 불법조사 건이 △컴퓨터 데이터 불법 접속 이용 △개인 신원정보에 접속해 정보를 불법적 목적에 사용한 것 등 두 가지 범죄에 연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범죄는 각각 최대 3년형에 1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존 피스톨 부국장도 AP통신에 자신들이 지난 11일 HP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불법적인 컴퓨터 침입과 도청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