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요금제엔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동통신 요금제가 다채로워졌다. 일부 무선인터넷 요금 과다 청구 사례가 올 초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돼 저렴한 데이터 정액제가 봇물을 이루더니, 유선전화 요금을 표방한 LG텔레콤의 기분존이 요금파괴 현상을 불러왔고 근래에는 어린 자녀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이색적인 요금상품까지 등장했다.

 특히 무선에서 유선으로(ML), 무선에서 무선으로(MM) 거는 통화요금을 분리한 기분존이 최근 통신위원회로부터 사실상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앞으로는 전통적인 이동전화 요금 틀이 차츰 무너져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3사 3색=이동통신 3사인 SK텔레콤·KTF·LG텔레콤은 다채로운 요금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저마다 특색있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올해 가장 역점을 둔 요금상품의 기조가 무선인터넷 요금 과다 청구의 부작용과 청소년의 남용을 막는 것이다.

 연초부터 지난 7월까지 선보인 △데이터통화료 감면제 △데이터 안심정액제 △VIP존 요금제 모두 무선인터넷 할인요금 제도다. 가입자들이 무심코 사용하다가 엄청난 요금이 발생하면 요금상한선을 정해 나머지는 감면해주거나, 저렴한 월정액으로 무료 데이터 통화 혜택을 늘린 점이 특징이다. 지난달 출시한 자녀안심 요금제는 청소년 요금이 월 2만원이 넘어서면 추가 5000원 단위로 부모에게 통보해준다. 이 밖에 팅 무선인터넷 차단서비스와 자녀요금 통보서비스는 청소년의 무선인터넷 오남용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KTF는 올해 들어 흥미로운 아이디어성 요금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월 기본료는 2000∼3000원 비싸지만 특정 지정번호에 대한 할인 혜택을 강화한 일촌요금제나 특정 숫자가 들어간 날 통화료를 절반씩 깎아주는 3·6·9요금제도 이색적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전용 요금제나 보험상품과 연계시킨 유비무환 요금제도 올해 KTF가 선보인 눈길 끄는 요금제다.

 LG텔레콤은 기존 요금제의 틀을 허무는 파격적인 요금전략이 특징이다. 기분존이 3분 39원의 시내전화 요금을 표방하면서 불을 지핀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기본료를 다소 올리는 대신 1분 이내 통화료를 절반 이하인 50원으로 책정한 ‘1분통화 할인요금제’도 출시했다. 10초당 18원이라는 이동전화 요금체계를 과감하게 무너뜨리면서 가입자 유치 확보에 한층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요금제 파괴 어디까지 이어질까=전통적인 요금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데이터 정액제나 아이디어성 상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SK텔레콤·KTF와 달리 LG텔레콤의 요금파괴 전략이 어느 정도 확산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LG텔레콤의 최근 전략을 보면 유선전화 요율인 분당 과금제를 가미하면서 이동통신 과금의 룰을 깨는 모습”이라며 “세계적인 추세와도 엇갈린 것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통신위 심결로 LG텔레콤의 기분존이 역대 이동전화 요금사상 처음으로 MM/ML 분리요금체계를 인정받으면서, 그동안 10초당 18원이라는 일률적인 이동전화 요금 틀이 서서히 무너져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MM/ML 요금을 이제 분리할 수 있게 된 마당에 해외 사업자들처럼 착신전화 사업자별로 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요금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면서 “지난 10년 가까이 유지됐던 우리나라 요금제도가 큰 틀에서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