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국가, 美 IT기업 집중 견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자국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글로벌 IT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브릭스를 신흥 시장으로 육성중인 미국 IT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으며, 미국 정부도 움직였다. 미국과 브릭스간 IT 통상 마찰이 거세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OS에서 인터넷까지=윈도 운영체계(OS)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립 학교와 대학에 리눅스 같은 공개 OS를 공급하는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케랄라주 1만2500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윈도 대신 리눅스 사용법을 배우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케랄라주 교육장관은 “MS 제품 사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제품을 쓸 권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브라질에서 높은 인기 속에 운영중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르컷(Orkut)을 폐쇄당할 뻔했다. 브라질 정부는 오르컷이 범죄자들에게 활발하게 쓰인다며 사용자 정보 공개를 요구했으며, 구글이 응하지 않자 벌금 부과와 폐쇄 경고로 압박했다. 구글은 결국 정보 공개 명령을 받아들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자국 내에 영업하는 모든 인터넷 기업의 도메인 이름과 상표를 중국인이 소유해야 한다는 새 법규를 제정했다. 구글과 야후 등 자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인터넷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됐다.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제거할 수 없도록 강요했다며 지난 11일 야후차이나를 법원에 제소했다.

◇조기 진화 나선 미 정부=미국 정부도 개입했다. 하지만, 아직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다.

미 법무부 반독점 최고책임자인 토머스 바넷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반독점법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럽과 아시아의 정부 관료들 앞에서 애플을 옹호했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그는 외국 정부 관리들이 애플의 ‘아이튠스’에 대해 내놓은 규제안이 혁신을 움츠러들게 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겨냥한 이 발언은 궁극적으로 브릭스 국가에도 해당한다.

◇경제 성장의 자신감도 한몫=브릭스의 움직임은 자국 소비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급성장한 경제 발전에 따른 자신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브릭스 국가들은 경제 성장 초기에 미국 IT기업의 투자 유치가 절실했다. 절실함의 강도는 그러나 점차 떨어진다. 워낙 시장 규모가 커 미국 IT기업들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브릭스가 미국 기업을 집중 견제하는 분야가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자국 산업 발전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분야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