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의 지역독점을 허용하는 프랜차이즈 정책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두기로 해 사실상 SO 간 동일 지역 인수합병에는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14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최고의결기구인 전원회의를 열어 현대백화점 계열의 복수SO인 HCN이 지난해 인수한 대구중앙케이블TV 북부방송과의 기업 결합 안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HCN과 대구중앙케이블이 기업결합할 경우 해당지역은 2개 SO 간 경쟁 체제에서 1개 SO 독점으로 바뀐다. 업계는 그동안 공정위가 이같은 독점 폐해를 우려해 기업결합을 승인치 않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번 조건부 승인은 일단 방송위의 케이블TV 기본 정책 노선인 프랜차이즈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매우 바람직했다”며 환영했다. 만약 공정위가 기업결합 자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방송위는 프랜차이즈 정책 자체를 부정당한 모습이 돼, 두 기관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HCN 측은 정작 ‘조건부’의 정확한 내용 파악을 못해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HCN 관계자는 “결과가 공식 통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조건부’는 그러나 사실상 동일지역 내 SO 간 기업결합을 막을 정도로 강력한 내용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쟁점사항이던 수신료 인상의 경우 2∼10년 간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채널 변경도 어떤 형태로든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저가의 의무형 채널 판매를 강제하는 조치는 포함될 것이 확실시 된다. 최근 문제가 되는 아파트 등과 SO 간 단체계약에 대한 항목도 언급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업계는 공정위가 ‘조건부’의 조건을 놓고 상임위에서 고심 중이며 내주 초께 이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부의 조건이 업계 예상보다 낮춰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조건이 낮아진다면 △수신료를 전국 평균보다 낮게하며 △채널을 변경시 공정위로부터 허가을 받거나 사전 통보 의무를 지는 정도다.
앞서 HCN은 이번 기업결합을 승인해 줄 경우 공정위가 우려하는 독점 폐해를 막기위한 자체 계획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정위 조건부 승인이 이같은 자발적 계획서의 수준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할지도 주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13일 전원회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