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세미콘타이완 2006’ 행사에선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의 CTO가 모인 가운데 450㎜ 웨이퍼 공정의 상용화 논의가 제기됐다.
물론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450㎜ 웨이퍼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의견은 이전부터 반도체 업계에서 조금씩 흘러나왔다.
직경 450㎜라면 현재 쓰이는 가장 큰 웨이퍼인 300㎜짜리보다 1.5배나 크다. 웨이퍼 한 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반도체 칩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450㎜ 라인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단순히 대구경 웨이퍼를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더 커진 웨이퍼를 감당할 수 있는 더욱 크고 내구성 강한 공정장비와 이송장비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하다. 라인 설계도 달라질 것이다.
450㎜ 라인 팹 1개의 예상 구축비용은 150억달러. 팹 건설비용도 엄청나지만 그 이전에 관련 장비재료의 개발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또 만약 상용화된다 해도 라인 전환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반도체 업체는 전 세계에서 3곳 정도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한정된 고객을 바라보고 장래가 불확실한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장비재료 업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450㎜ 웨이퍼 공정이 과연 사업적·기술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실제 라인에 적용되더라도 2012년 이후나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라인 전환에 성공한다면 경쟁사를 확실히 누를 수 있는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전환의 핵심이 적합한 관련 장비재료의 개발이라는 것이다.
450㎜ 공정으로의 전환이 반도체 산업이 가야 할 길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앞으로 어떤 혁신이 있건 그 전제는 장비재료의 개발이다. 최근 만난 한 장비업체 경영자는 “200㎜에서 300㎜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수많은 업체가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혁신이 지속될수록 생존자는 줄어들고 생존자가 받는 몫은 커진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무대를 지킬 개발 역량을 갖고 있는가.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