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및 태양전지 업계가 원재료 폴리실리콘의 극심한 부족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태양전지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위한 실리콘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들이 보조금과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면서 태양전지 산업이 확대됐지만 솔라패널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 시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양전지 산업 성장세로 수요 급등=이제까지 폴리실리콘은 주로 반도체 웨이퍼 재료용이었지만 최근 태양전지 분야용으로 30% 가량 소비되며 점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
FT는 향후 5년 내에 태양전지 업계가 실리콘 사용에서 반도체 분야를 능가할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관련 재료의 가격도 급등했다. 2003년 킬로그램(kg)당 30달러였으나 올해는 72달러로 두배 이상 뛰었고 몇톤만 살 경우 킬로그램당 300달러에 사야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사이프레스 반도체에서 분사한 선파워, 구글이 지원하는 나노솔라, 그리고 실리콘보다 구리합금를 이용하는 미아솔 등 태양전지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원료 구입에 나서야 한다. 인텔이나 AMD처럼 장기 계약을 체결한 같은 대다수 반도체 회사들은 고정 가격으로 폴리실리콘을 조달할 수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사재기 의혹도 등장=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업계 지수를 보면, 웨이퍼 출하는 지난 2분기 22% 늘었지만 완성 반도체 판매는 겨우 9% 올랐다. 3분기에도 웨이퍼 출하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지만 반도체 판매는 겨우 한자릿수 늘었을 뿐이다. 생산된 폴리실리콘 중 많은 부분이 태양전지 업계로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사재기 의혹도 나온다.
반도체 재료 전문 시장 조사 회사인 세이지 컨셉트의 리치 와인가너 사장은 “이는 구매 브로커가 폴리실리콘 수요 부족 현상을 간파하고 필요한 물량 이상으로 구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료 부족으로 급성장중인 태양전지 시장이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5년 태양전지 산업은 30%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폴리실리콘 부족 때문에 2006년에는 성장세가 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지원과 인센티브 등으로 의 결과로 업계가 너무 빠르게 확장된 결과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폴리실리콘 공급업체 귀하신 몸=공급난으로 폴리실리콘 제조업자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로는 미국의 헴록, MEMC, REC, 노르웨이 엘켐, 독일의 바커와 일본 도쿠야마 등 소규모생산자들이 약 2만6000톤을 생산했다. 이들은 공장 확충의 필요성을 지난해 깨달았지만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3년이 걸린다. 결국 2008년까지는 심각한 공급부족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와인가너 사장은 “2008년 폴리실리콘 공급에 숨통이 트이면 태양전지 업계도 반도체 업계 만큼 여유있게 원료를 조달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폴리실리콘의 주된 사용처는 태양전지로 바뀌고, 반도체 분야는 소규모 틈새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폴리실리콘은 순도 99.9999%를 자랑하는, 작은 실리콘 결정체들로 이뤄진 물질로 반도체 및 태양전지의 재료로 사용된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