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국제사회 규범에서 큰 틀을 제공해 왔던 독일과 유럽연합(EU)은 최근 통신·방송 융합추세에 맞는 새 규제체계의 핵심으로 시장 진입 규제 최소화 원칙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송사업자의 경우 문화적 영향 탓에 여전히 까다로운 ‘공익’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IPTV 사업자는 신생 매체인 인터넷을 활용한 전송(통신)사업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법포럼(회장 류지태 고려대 교수)이 19일 마련한 해외석학 특별초빙 강연에서 세계적인 통신법 전문가인 독일 레젠스부르그대학의 게리트 만센 교수는 “신규 융합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돼 방송인지 여부를 판단할때는 매우 좁게 해석한다”며 “심지어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업체를 제외하면, 위성·케이블·인터넷 전송사업자는 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때 콘텐츠 제작까지 겸비한 지상파방송사를 뺀, 종합유선방송(SO)·위성방송·IPTV사업자 모두가 통신사업자로 분류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독일도 지난 2002년 EU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새로운 통신법을 2004년 제정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더 이상 시장진입을 막는 사업자 인허가 규제는 하지 않고 내용심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독일·EU의 기준에 따른 통신(전송)사업자들은 다양한 기술로, 다양한 형태의 상품(프로그램·콘텐츠)을 접근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타 전송사업자나 콘텐츠 제공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특정 기술·상품의 수용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최근 통신·방송 융합현상이 고개를 들면서 공영방송이 오히려 인터넷 등 신생매체로 진출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게 표출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만센 교수는 “공영방송의 특별한 지위가 통신과 방송의 공동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공영방송 사업자의 보편적서비스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뉴미디어 분야에 어느정도 영향을 발휘해도 되는지 한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융합 논의에서 가장 큰 영향력를 행사하고 있는 사업자가 공영방송인 KBS·MBC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시 한번 되짚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