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T융합부품연구소의 김현탁 박사팀이 부도체가 금속체로 바뀌는 현상인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현상(MIT)을 이용한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 김 박사팀은 지난해 9월 MIT 원리를 이론화하고 실험으로 확인한 바 있다. 그후 1년여 만에 MIT 원리를 적용한 ‘휴대폰 배터리 부풀림 및 폭발 방지 소자’와 ‘프로그래머블 MIT-임계 온도 스위치 소자’ 개발에 성공한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먼저 연구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 개발된 휴대폰 배터리 부풀림 및 폭발 방지 소자는 지름 2인치 박막에 총 5000개 이상을, 임계 온도 스위치 소자는 1만6000개를 집적시킬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는 온도가 올라가면 전류가 흐르지 못하도록 도선을 차단하는 과전류방지소자(PTC)가 있다. 하지만 고온에서는 전하의 움직임이 불안정해 전지 내부의 압력을 상승시켜 폭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노트북PC 배터리가 임계 온도를 넘어서면서 폭발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김 박사팀이 개발한 휴대폰 배터리 부풀림 및 폭발 방지 소자는 휴대폰이나 노트북PC 배터리에 부착하게 되면 리튬이온 2차전지의 전압을 순간적으로 방전시켜 배터리가 부푸는 현상과 폭발하는 현상을 막아준다고 한다.
연구팀이 시제품을 오븐에 넣고 실험한 결과, 정상전지는 177도에서 폭발했지만 MIT 소자가 부착된 전지는 210도에서도 폭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PC 등에 대량 사용되고 있어 앞으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 측은 세계 소요량이 연간 13억개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또 프로그래머블 MIT-임계 온도 스위치 소자는 사용자가 임의로 온도 측정이나 제어가 필요한 곳에서 설정 온도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소자는 고가의 의료기기를 비롯, 발효식품·포도주 제조, 난방시스템, 화재경보기, 모터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경제적 기대효과 또한 크다고 하겠다.
ETRI는 현재 MIT 분야에서 총 24개의 특허를 출원중이며, 조만간 기술 이전을 통해 기업체와 공동으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시제품 개발과 관련해 우선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면 상용화에서 앞서야 한다. 다음은 상용화와 함께 제품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첨단 분야일수록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야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정부와 연구원은 이런 연구성과를 더 낼 수 있도록 연구원의 연구환경 조성에 더 많이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모트 절연체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열감지 센서나 광 소자·메모리 소자는 물론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휴대폰의 계측기로 이용, 과전압으로 인한 시스템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야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원천기술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력은 미래 신성장동력이다.
우리는 시제품 개발 이후 더욱 긴장해야 한다. 부단한 노력으로써 제품의 실용화로 발전시켜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체와 공동으로 전략을 수립해 연구성과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