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신생 벤처기업가의 마음가짐](https://img.etnews.com/photonews/0609/060921012430b.jpg)
대덕연구단지의 국가연구소에서 십여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지방 국립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긴 지 몇년이 지났다. 공학자라면 자신의 연구 분야의 첨단기술 결과물을 소비자에게 필요한 최신 제품에 적용하는 사업적인 욕망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가족의 만류가 있었지만 조그만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연구결과의 옥동자가 탄생했던 그 어느 날, 야심을 담은 시제품을 들고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신기술과 제품을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벤처 대박에 대한 기대도 한층 커져 갔다.
연이어 국내 언론에 우리 기업의 기술소개와 홍보가 집중됐을 때에는 금방이라도 우리의 신기술이 모든 첨단 전자제품에 탑재될 것이라는 자신감과 확신으로 가득 차게 됐다. 차츰 수입이 적은 영업에는 관심을 주지 않게 되고 큰 액수의 영업에만 매달리게 됐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만 크게 꾸면서 장밋빛으로만 보려는 집착에 빠져들었다.
몇년 전 전국적으로 벤처 붐이 일었던 그때, 허탈하게 몰락의 길을 걸어갔던 벤처기업의 전철을 지금 똑같이 뒤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많이 놀라게 됐다. 기업도 한 인간과 같은 것이어서 마음에 따라 몸 상태가 좌우되는 것인데, 어느덧 초심을 잃어버리고 자기도취를 넘어 집단마비 상태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말미암아 경영 사정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지만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나아가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것은 몸이 아파서 여기저기 통증이 있는데도 자신의 몸을 현실적으로 인지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것과 같다. 너무나 잘 알면서도 막상 벤처기업을 시작하자 지나친 의욕이 대박을 향한 욕심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벤처기업이 건강하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건강한 사람처럼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벤처기업도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일에 대한 의욕과 열정은 넘치지만 쉽게 자아통제를 잃어버리기 쉬운 신생 벤처기업가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마음경영에 대한 짧은 생각이 몇가지 떠오른다.
그 첫 번째는 집념에서 마음을 분리하고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일이다. 새로운 연구개발 결과는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영역을 밤낮없이 물고 늘어져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공학자로서 가장 어렵고도 고귀한 집념의 산물이지만 벤처기업의 대박을 향한 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일과 꿈에서 이를 분리해야 한다. 또 두 번째로, 기업도 살아 있는 인격체로서 감정교감이 필요하다. 사람도 일하고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벤처기업도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 간의 관심과 사랑이 집중될수록 신나고 재미있는 직장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벤처기업에서 나이 많은 선배와 후배가 깊은 감정을 서로 나누고 이해하는 것은 고가의 첨단장비를 같이 사용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적인 사고로 극복하지 못할 것 같던 기술 장벽도 의외로 감정교감에서 얻은 영감으로써 쉽게 뛰어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즉 첨단 과학의 영역에서도 인간의 감정교감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차세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막 걷기 시작하는 어린아이의 걸음마로 한 발짝씩 느리게 나아가지만 넘어져도 웃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누리는 행복의 순간이다. 오늘도 내 일에 귀중한 의미를 부여해 본다.
◆신보성 마이크로홀 대표 bosung@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