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부가 정한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의 종료 시점이다. 실현 가능성이 제로다. 면목이 없지만 추진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 정부나 당사자들도 이를 안다.
최근 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14일에는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다. 정보통신부 장관·방송위원장을 비롯한 관련부처 차관·방송사·제조업체 사장·학계·소비자단체 대표 등 위원 19명이 참석해 디지털방송 활성화 추진과제를 논의했다. 최우선으로 ‘디지털방송 활성화 특별법’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방송사 대표·학계·케이블TV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뉴미디어 포럼’이 열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 과제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들은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디지털방송 전환이라는 총론에는 찬성한다. 문제는 각론이다. 이해집단 간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집단 간 대립하고 갈등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2010년이면 시청자의 95%가 디지털TV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을 종료한다는 방침이었다. 지금 추세를 감안한다면 2010년쯤 50%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소비자 반응이다. 소비자는 디지털TV 가격이 비싸고 현재의 아날로그도 시청하는 데 불편이 없다는 반응이다. 둘째는 돈 문제다. 디지털방송 전환에 드는 비용이 대략 4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콘덴츠 제작과 방송인프라 구축, 셋톱박스 지원 등에 들어가는 돈이다.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 정보화촉진기금을 쓰자는 말도 있지만 기대 난망이다. 셋째는 이해집단 간 대립이다. 부처 간,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업체 간, 방송사와 가전업체 간 이해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를 통합하고 조정해야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디지털방송의 전환을 앞당기면 그만큼 좋다고 말한다. 산업유발 효과가 260조원에 이른다.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회생에 크게 기여한다. 당장 시급한 것이 디지털방송활성화 특별법 제정이다. 처음에는 이번 9월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었다. 정부는 올 연말 안에 법안을 낸다고 한다. 미국은 2009년에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5월에는 가전사 및 유통사에 디지털 전환 이후 아날로그TV 시청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기토록 했다. 서민층에 4억7000여만달러도 지원키로 했다.
우리가 이왕 해야 할 일이라면 남보다 먼저 해야 이득이 있다. 디지털 전환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서로 이견을 통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고 물리는 악순환을 계속한 셈이다. 이제 실행력 있는 추진기구가 마련된 만큼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추진일정과 시청자의 복지 향상,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 등이 마련돼야 가전업체나 콘텐츠업체들이 준비를 할 수 있다.
이해집단들도 상생모델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신성장동력’이다. 정부의 u-IT839 전략에도 디지털TV가 포함돼 있다. 기존 시장만으로는 더는 성장이 없다. 대안은 없고 논쟁만 있다면 미래는 어둡다.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상생모델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바로 디지털방송 전환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