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통사업자들이 포화상태에 달한 음성시장 대신 데이터 통신시장을 늘리기 위한 2단계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며 미국의 주요 이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향후 성장동력으로 데이터 통신을 지목하고 고객들의 데이터수요를 늘리기 위한 신규 서비스와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2위 이통업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데니 스트리글 CEO는 로이터통신과 회견을 갖고 “미래의 성장동력은 모바일 다운로드 같은 데이터통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쟁사 고객을 뺏는 전략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싱귤러와 올텔의 경영진도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향후 무선인터넷, 음악, 비디오 등 데이터 매출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싱귤러의 델 라 베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음성시장이 한계에 처했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향후 데이터 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룰 것은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음성통화의 저가경쟁으로 고객수를 늘리던 시대는 지났다는 미국 이통업계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실제로 미국의 휴대폰 보급률이 70%를 넘어서 포화상태에 근접한 가운데 이통시장에서 데이터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싱귤러 와이어리스 매출의 12%,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13%가 데이터 통신에서 나왔다. 데이터 통신분야에서 가장 뒤처진 올텔도 데이터 매출의 비중이 6%로 나타났다.
미국 3위 이통사 스프린트 넥스텔도 음성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데이터 매출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주에는 휴대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기 위한 자체 방송국을 출범시켰다. 차별화된 방송 콘텐츠로 데이터 매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미국 이통업계의 주파수 확보경쟁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데이터 서비스도 한층 힘을 받게 됐다.
지난 주 끝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경매에서 현지 4위 이통업체 T모바일은 총 42억달러를 들여서 가장 많은 주파수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스프린트는 24억달러를 베팅해서 두번째로 많은 주파수를 확보했다. 이들 중견 이통업체들는 데이터 통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함에 따라 데이터 시장에서 선두권 업체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 통신에 대한 과잉투자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텔의 스콧 포드 CEO는 “데이터 통신이 성장성이 높지만 단지 보여주기 위해 투자를 늘려선 곤란하다”면서“데이터 통신시장에 뛰어든 7개 이통사 중에서 본전을 뽑는 회사는 2∼3개사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