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영화산업 경쟁력은 인력 양성

 한국 영화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은 것은 10년 전부터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1990년대 후반 ‘쉬리(감독 강제규)’의 성공으로 본격적인 한국 영화의 신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시작했으며 시장환경도 급속도로 변했다. 이런 시장 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지금까지 한국 영화산업의 고속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온 것은 바로 영상 전문인력이 한국 영화시장에 유입돼 활발한 창작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한국 영화는 70년대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침체가 지속됐고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영화시장 개방 압력 등 제작환경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됐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내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영상 전문인력 양성이다. 84년 영화진흥위원회(옛 영화진흥공사)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설립하면서 실습 중심의 교육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창조적 능력을 갖춘 영상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한국 영화산업을 선도하는 핵심인력을 많이 배출했다. ‘결혼이야기’를 연출한 김의석 감독(한국영화아카데미 1기·현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연출 전공 책임교수)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 영화의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괴물’의 봉준호 감독(아카데미 11기) 등 60여명의 장편영화 감독·촬영감독·프로듀서 그리고 영상 관련 대학 교수 등 우수한 인재가 각 분야에 진출해 한국 영화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과거 일반대학과 대학원에서의 교육은 이론 중심이기 때문에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한국 영화 현장 요구에 부응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 인력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실제로 현장 중심의 사고방식과 철저한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이 영화 산업계에서 제역할을 다하고 있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인력 양성은 영화 콘텐츠산업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인 것이다.

 영상원도 전문인력 양성에 한몫 하고 있다. 영상원은 90년 문화부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에 의거해 한국종합예술대학 설립을 추진, 93년 개교했으며 95년 개원했다. 영상원도 한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재능 있는 젊은 인재를 선발하고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일반 영상 관련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현재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 된 밑바탕인 것이다.

 한국 영화가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것 역시 창조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영화인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젊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존의 경험과 노하우도 중요하다. 영화 하나만을 바라보고 노력한 선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다듬고 손질하는 창조적이고 개성 넘치는 젊은 영상 전문인력의 조화가 있기에 한국 영화산업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 각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하는 것이 재능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영화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영상시대를 맞이해 오늘도 디지털시네마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테스트에 나서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역시 기존의 영화인력 교육과 신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전문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하며 온 힘을 기울인다면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는 더욱 더 밝을 것이다.

◇김종호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육연수팀장 goodman@kofi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