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옌볜에 부는 한국 IT 바람

[열린마당]옌볜에 부는 한국 IT 바람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도인 옌지에서 처음으로 한·중 IT포럼이 열렸다. 한국의 IT벤처기업연합회와 중국의 지린성 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는 한국에서 IT 중소 벤처기업 대표 등 40여명, 현지에서 기업인과 정부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옌볜 조선족자치주는 80만명에 이르는 조선족이 거주하는 중국 내 대표적인 소수민족자치주로서 한글을 공용어로 사용하고 조선족학교를 운영하는 등 아직까지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기업은 주로 중국 해안도시로 나가다 보니 옌볜지역 진출기업은 적은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2003년 직항로가 열리면서 이산가족 상봉 및 백두산 관광을 목적으로 한 상호방문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을 위한 전용공단도 운영중이다. 더욱이 한국의 위성TV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 문화와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문화와 IT에 대한 현지 조선족의 열망이 대단해 젊은이를 중심으로 패션과 휴대폰 등 정보기기 구매욕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리어카자전거를 끄는 상인조차 이동중에 휴대폰을 사용할 정도로 이동통신 보급률은 도시인구의 65%에 이르고 게임과 채팅 등 인터넷을 즐기는 PC방이 널리 보급돼 젊은이의 보편적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옌볜대학교와 옌볜과학기술대학교를 중심으로 IT 전공자가 매년 300명 이상 배출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으로 건너가 IT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옌볜과기대 IT학과 출신으로 현재 국내 IT기업에 취업중인 조선족 엔지니어가 300여명에 이르며 해당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한·중 IT포럼을 통해 나는 옌볜대·옌볜과기대·옌지경제개발구를 방문하고 옌볜의 IT인력과 산업 현황을 직접 체험했다. 이 과정에서 옌볜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됐고, 한국과의 IT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옌볜은 현재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주택재개발 사업이 대규모로 진행중이며 지린성 정부와 옌볜자치주 정부도 미래 IT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동북지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15만명에 이르는 한국 내 조선족이 송금하는 자금도 옌볜 경기 활성화의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우리 IT기업인은 옌볜의 장점들, 즉 △우수한 인재 △문화와 언어의 동질성 △한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 △옌볜지역 경제의 성장세와 IT산업 투자계획 등을 확인하게 됐다. 옌볜은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R&D센터로 가장 적합한 곳으로 판단된다. 중국시장 진출용 IT제품의 현지화 작업을 담당하는 개발거점으로 활용가치가 크다.

 옌볜은 또 국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현지의 저렴한 인력을 활용한 제품 개발 및 제작에 유리한 곳이다. 옌지시에 진출한 지 5년째 되는 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현지 테크노파크에 입주해 국내 기관용 웹진과 웹사이트를 제작하면서 중국 현지 진출용 전자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국내의 한 대표적인 인터넷 검색지식포털 운영 벤처기업도 현지법인을 개설했다. 광통신망이 잘 구축된 기반 위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온라인게임과 온라인교육사업의 가능성 및 DMB 서비스와 전자정부 등도 진출을 검토해 볼 만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업종이 이른바 3D로 분류되며 젊은이들의 기피 분야로 간주되고 있어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인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인력 확보 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는 우리 IT 중소업계에 옌볜은 분명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투자환경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곳이지만 옌볜은 분명 우리에게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임기호 엠티아이 사장 eemkh@mti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