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전 세계 게임업계와 시장을 풍미했던 ‘도쿄게임쇼(TGS)’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장막 뒤로 사라졌다. 물론 ‘TGS2006’이 열린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메세에는 24일까지 장송곡이 흐른 것이 아니라 여전히 떠들썩함과 성대함이 넘쳤다.
그러나 어쨌든 TGS는 내년부터 도쿄 국제애니메이션페어, 도쿄 국제영화제와 통합된 ‘도쿄 국제 콘텐츠 카니발(TICC)’로 열릴 예정이니 세상과 이별을 고한 셈이다.
그런데 왜 일본은 점점 커져가는 게임산업을 두고 관련 전문 국제전시회를 거두는 것일까. 정말 TGS라는 그 큰 가치를 버린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TICC로 치러지더라도 게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영화 등 유관 콘텐츠와 결합돼 더 큰 상승 효과를 낼 것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단순 보여주기식·떠벌리기식 전시컨벤션은 과감히 잘라내겠다는 뜻도 담겼을 것이다.
이미 미국도 ‘E3’ 행사를 내년부터 과감히 축소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E3와 TGS를 모델로 삼아 이제 갓 2년째인 ‘지스타2006’을 준비중인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GS2006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업체 사장은 “전시회 형태나 운영방식 등이 전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리는지 빨리 연구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는 발품을 팔면서 넓은 전시장을 오가는 ‘쇼’는 안 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는 또 “참가자 인증을 받아 제한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일종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365일 열어 놓고, 1년 중 일정 기간 오프라인 상담과 비즈니스 미팅이 집중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방향성만 빨리 잡고 그 방향에 집중한다면 한·미·일을 통틀어 가장 선진적인 게임산업컨벤션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존폐가 아니라 내용과 기획이다.
지바(일본)=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