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과 출연연구기관들이 잇달아 정보통신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개발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우리 독자기술로 개발한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와 4세대(G) 이동통신 기술을 얼마 전 상용화 또는 시연해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최근 전자부품연구원이 근거리통신의 모습을 바꿀 새로운 기술인 바이너리CDMA 무선통신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 시연에 성공했다고 한다. 정보통신 분야 연구개발에 완전히 탄력이 붙은 느낌이다.
‘한국발 세계적인 통신혁명이 시작됐다’는 말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와이브로·4G 등 이동통신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근거리통신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차세대 정보통신의 먹을거리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바이너리CDMA 기술은 반경 500m 안에서 TV·냉장고·에어컨·휴대전화기 등 최대 250개의 디지털 기기를 무선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성·영상·데이터까지 고품질로 주고받을 수 있는 첨단기술이라고 한다. 별도의 기지국 없이도 최대 40개까지 단말기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영상 전송이 불가능한 블루투스와 지그비 등 기존 무선통신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반경이 10∼50배 이상 넓다. 또 사무실 벽이나 공장시설 등의 장애물을 뚫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바이너리CDMA 기술 특성을 감안하면 산업현장이나 홈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근거리통신의 설계를 완전히 새롭게 할 기술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상용화되면 일상생활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반경 500m 내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바로 고선명TV에 올릴 수 있고, 주방에서 일하다 초인종이 울리면 그 자리에서 손에 쥔 휴대단말기로도 밖에 누가 와 있는지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PC·TV·냉장고·에어컨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가전으로 다른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우리가 바이너리CDMA 기술에 주목하는 것은 한정된 데이터 송수신과 짧은 서비스 거리 때문에 상용화가 늦어진 블루투스 등 기존 근거리통신 기술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확장성이나 범용성이 우수해 응용제품이 이른 시일 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특히 블루투스나 지그비는 미국·유럽이 원천기술과 국제표준을 장악하고 있지만 바이너리CDMA 기술은 앞으로 표준화기구 논의를 거쳐 국제표준으로 확정되면 우리나라가 원천기술 보유자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국제 기술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엄청난 원천기술 사용료를 벌어들일 수 있다. 응용제품이 쏟아져 나오면 새로운 시장이 조성돼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바이너리CDMA 제품의 세계시장 규모가 2010년께 11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가치도 크다.
그러나 이번 기술개발이 곧 앞으로 시장 확대나 선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연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일 뿐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블루투스나 지그비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개발 기술의 국제표준화 등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전자부품연이 개발한 바이너리CDMA 기술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되려면 먼저 이 기술의 바탕이 된 상용화 제품이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나와야 한다. 물론 국내업체들이 올 연말 HDTV급 고선명 동영상을 무선 전송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니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번 시연에서 지적된 것처럼 상대적으로 큰 칩 크기를 줄이고 전력 소모량을 낮추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