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디지털 휴대이동방송(DVB-H) 진영이 미디어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진영과 세계 휴대이동방송 헤게모니 싸움을 앞두고 적전 분열로 치닫고 있다. 세계화의 관건인 미국 시장에서 DVB-H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데다 세부 규격을 놓고 진영내 기업이 갈등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 활발한 도입을 앞세워 초기 패권다툼에 우위에 선 DVB-H 진영이 스스로 DMB와 미디어플로의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내부 비판과 위기감이 고조됐다.
◇세부 규격은 양분, 미국 시장 기회 상실=DVB-H진영의 미국 축인 모데오는 지난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방송산업전시회(IBC) 콘퍼런스에서 비판의 화살을 온몸에 맞았다.
콘텐츠 포맷,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등을 기존 유럽 방식과 달리 가져가면서 전선을 흐뜨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데오는 미국 시장의 교두보인 이동통신사업자 싱귤러와이어리스를 잡지 못했다. 싱귤러는 모데오의 비전이 불투명하자 DVB-H를 기다리는 대신 AT&T와 모비TV가 제공하는 IPTV를 HSDPA망으로 내려받는 서비스로 돌아섰다.
마이클 쉬에퍼트 모데오 CEO는 “사업자들이 전국 네트워크에 쓰려고 기술이 성숙하기만 기다리기 때문에 늦어진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영은 모데오가 길을 잘 못 인도해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본다.
◇호환성 확보가 급선무=비상이 걸린 DVB―H 진영은 급한 대로 진영내 호환성 확보에 나섰다. TI를 비롯한 북미 반도체 및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DVB-H 협의체인 모바일DTV(MDTV)연합은 지난주 전송변수, 네트워크와 전송 프로토콜,서비스 인터페이스, 인터랙티브채널 등 DVB-H 방식 휴대이동방송 세부 프로파일을 확정했다고 EE타임즈는 18일 보도했다. 유럽업체들의 협의체(BMCO)가 만든 프로파일과 거의 같다.
MDTV는 또 12월중 네트워크에 특화한 호환성 인증 시험 플랫폼도 개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싱귤러를 다시 진영 안에 끌어들이려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콘텐츠 포맷과 DRM 등이 유럽과 미국으로 분리된 상황에서 서비스 보급의 핵심인 단말기를 만드는 회사들을 끌어 들이는데 역부족이다. 싱귤러도 모기업인 AT&T의 유무선 브로드밴드 전략을 따르고 있어 당장 되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만큼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DVB-H 폰 생산을 꺼리고 있다. 린다. 마데오는 대만 휴대폰제조업체 일부를 끌어들였을 뿐 메이저업체들을 움직이지 못했다.
반면, 경쟁자인 퀄컴은 ‘미디어플로’ 확대를 위해 CDMA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추가적인 로열티 부담없이 미디어플로의 핵심 특허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라이즌과도 협력도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아시아에 국한됐던 DMB도 BT의 연내 상용서비스를 시작으로 유럽 안방에 들어온다. DVB-H 진영으로선 침이 바짝 마를 수 밖에 없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