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관계 불확실성 속에서의 IT 교류협력](https://img.etnews.com/photonews/0609/060926112313b.jpg)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6자회담의 교착 상태 지속,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등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최근 형국은 남북 간 상생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여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적 긴장감이 더는 고조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북핵·미사일 발사 정국의 뿌리에는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저변에는 북한 경제 문제의 심각성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선 안전보장과 함께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것과 미사일 정국 속에서도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의 지속적인 추진을 천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어려운 현 상황에서도 남북 경제협력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IT는 남북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접점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2000년 들어 IT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회복 의지를 강력히 표명해왔다. 나아가 관련 기술과 자본 제공에 나설 수 있는 외부의 도움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남한에서 IT산업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관련 부문의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문제는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IT와 관련한 남북의 이 같은 상황은 IT 부문의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 구축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남북 IT 교류협력 촉진과 북한 경제발전 도모라는 관점에서 IT산업이 지닌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기간산업으로서의 통신 인프라 구축을 통한 경제활동 지원과 전략산업으로서의 IT산업 육성이다.
먼저 통신 부문에서의 협력은 남북 경제협력과 연계해 추진돼 왔다. 특히 작년 12월 개성공단지역과 남측을 연결하는 대규모 직접통신망 개통은 향후 북한 지역의 통신망 구축과 표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력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향후 남북 경제협력 활동지원을 위한 통신망 구축사업은 서비스 제공 지역과 서비스 종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 및 북미관계가 안정되면 북한 지역 통신망 현대화 사업에 남한 통신사업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포함한 IT산업 부문에서의 남북 교류협력은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SW 부문의 교류협력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HW 부문은 기업이 직면하는 사업적 리스크가 북한의 숙련된 인력과 낮은 인건비라는 이점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SW와 HW 부문의 교류협력은 공히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SW는 개성공단 또는 제3국에서 북한 SW개발기관과의 공동개발·위탁사업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되 이를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W는 정치적 환경이 호전되면 개성공단 지역 등 경협지역에서의 HW 임가공사업 확대, 북한 내 대규모 IT산업단지 조성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IT 부문에서 교류협력은 대부분 IT설비 및 기술의 북한 반출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그러나 미국 수출관리 규정, 바세나르 협정 등 국제적 규제로 인해 IT설비·기술을 북한으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북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북한 당국의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남한은 IT 부문의 원활한 교류협력을 위해 대미 외교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IT 교류협력을 위한 민간·정부 간 상호보완적 역할 분담과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도 중요하다. 어떠한 경제협력 사업이든 민간 또는 정부 어느 한편만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지속적인 사업 추진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협력의 물꼬를 트는 첨병으로서 민간의 역할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대북사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