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국 인터넷 체험기

 “도대체 왜 메일 전송이 안 되는 거야, 답답하게.”

 최근 영국 노팅엄대학에서 열린 ‘e사이언스’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한국 연구진의 영국 인터넷 속도를 둘러싼 푸념이다.

 실제로 노팅엄에 있는 한 호텔의 무선인터넷 속도는 11Mbps급으로 연결되지만 트래픽이 거의 없는 새벽 시간 대에도 1M∼5Mbps정도의 접속 속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연결이 자주 끊겨 사진 같은 대용량의 데이터 전송은 꿈도 꾸기 어렵다.

 유선으로도 통상 700MB의 데이터를 받는 데 1∼2시간, 많게는 3∼4시간도 걸린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형편이 나은 대학 권역 내의 무선 인터넷 속도도 느려 터진 ‘굼벵이’ 같기는 마찬가지. 대학 내에서는 54Mbps급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트래픽 때문에 제 속도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고속 인터넷 사용자는 전체 인구 6000만명의 6분의 1가량인 1000만 명 선이다. 백본망은 2.5 급으로 구축돼 있다.

 각 가정에 보급돼 있는 고속 인터넷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 회선(ADSL, 영국에선 브로드 밴드로 표현) 방식으로 보통 2Mbps급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터넷 이용자의 체감 속도는 트래픽으로 인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인터넷 사용료 또한 만만치 않다. 전화와 겸해 사용하면 한 달 사용료가 30파운드(약 6만원)다. 우리나라 사용료의 2배나 내고 이용하는 셈이다.

 영국에서는 PC방 문화가 인터넷 카페라는 이름으로 보급돼 있다. 대략 1.5파운드(약 3000원)의 사용료를 내면 보통 12시간은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카페가 흔하지 않다. 런던처럼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문화다. 인터넷 카페 사용 또한 대부분 웹 서핑으로 이용할 뿐 우리나라처럼 게임에 몰두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다. 인프라가 뒤따라 주지 않는데다 게임은 대부분 가정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형 게임기를 이용한다.

 물론 유럽 전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벨기에의 유선망은 기본적으로 100Mbps의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영국 인터넷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조사 보고도 있지만 인터넷에 관한 한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임은 틀림없다.

노팅엄(영국)=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