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절반의 성공에 그친 정통부 중재안

 070 인터넷 전화사업 분쟁에 대한 정보통신부의 중재안이 나왔다. 070도 IPTV와 함께 대표적인 융합서비스 사업인만큼 이번 중재안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IPTV는 방송과 통신이라는 서로 다른 규제기관과 규제틀로 인해 문제해결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반면에 인터넷전화는 통신서비스 간 융합이어서 IPTV보다는 좀더 쉽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온 분야다. 인터넷전화에 대한 정통부의 이번 중재안은 일정 정도 IPTV 문제 해결의 시금석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중재안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통부 중재안은 융합서비스인 인터넷전화를 제도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일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화의 관건인 망이용 대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대부분 당초 망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일반 초고속망을 이용할 경우 전용선과 달리 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사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전용선을 임차해 서비스한다면 굳이 망이용 대가 같은 복잡한 문제 없이도 얼마든지 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두가 전용선을 임차해 사업을 할 만큼 시장도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트래픽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초고속망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해온 것이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의 주장에도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망 사업자들이 반대하는 이상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어 제도화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무리가 따르더라도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초고속망을 이용할 경우 해당망 사업자에게 망이용 대가를 지불토록 한 것은 시장원리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인터넷전화 사업 주도업체들이 정통부 중재안대로 망이용 대가를 지불할 뜻을 보이고 있는만큼 말썽 많던 인터넷전화가 제도의 틀 속에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번 중재안은 신규 융합서비스에 대한 시장 진입장벽 완화나 해소라는 점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IP폰은 물론이고 소프트폰 인터넷전화 가입자에게도 일률적으로 연간 1500원의 망이용 대가를 지불토록 한 중재안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IP폰과 달리 소프트폰 가입자들의 연간 전화이용료가 기껏해야 5000원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소프트폰은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사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식인만큼 이들에게는 연간 1500원의 망이용 대가 지불은 높은 진입장벽이 될 공산이 크다.

 초고속망 사업자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별정착신료를 사업자 간 협상에 맡긴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협상의 주도권을 지니고 있는 초고속망 사업자들에는 인터넷전화 사업자들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서도 협상력이 약한 인터넷전화 사업자에는 착신료를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초고속망 사업자들이 동시에 선발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치 않았거나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후발 사업자들이 이번 중재안을 선발 인터넷 사업자에 편중된 안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일리기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전화사업 분쟁에서 기존의 공중전화사업자인 KT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KT는 공중전화망이나 초고속망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터넷전화 사업자이기도 하다. 망이용 대가에서는 물론이고 별정착신료 문제에서도 KT가 가장 완강한 태도를 고수했고 KT의 주장이 상당부분 이번 중재안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제도 정비는 장차 공중전화서비스까지 포괄해 지배적사업자 문제를 다루는 공정거래 측면에서 재점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