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RFID발전과 특허

[미래포럼]RFID발전과 특허

 최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말은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내비게이터로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것은 더는 신기한 일이 아니며 휴대폰으로 지상파 방송을 보는 일이 이젠 너무나 자연스럽다. 미래 어느 날에나 실현될 것이라 여겨왔던 일들이 이제 현실의 생활 속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환경의 가장 앞에 자리한 기술은 ‘전자태그/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RFID/USN)’ 분야다. RFID 기술은 이미 신분증·교통카드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UHF 대역 RFID 기술을 이용하면 개별적으로 스캔해야 하고 단순정보를 인식하는 데 그쳤던 바코드를 대체해 혁명적인 유통분야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게 돼 매우 편리하다.

 실제 바코드와 달리 동시에 여러 개 태그에서 정보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RFID 기술은 실시간으로 개체 이력관리까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시켜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우리나라 산업 중 가장 취약한 분야로 인식돼 온 물류에 RFID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국가경쟁력은 한 단계가 업그레이드될 것임이 자명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에서 다양한 시범사업과 함께 본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부 주도로 RFID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민간기업에서 RFID 기술을 실제 적용하기에 제약조건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는 이 산업의 성장세와 미래 주도형 사업이라는 미래를 믿고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으로 대기업부터 벤처기업까지 수많은 기업이 RFID 분야를 블루오션으로 꿈꾸며 제품 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RFID 분야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외산 장비와 비교해 손색이 없고 기능적으로도 우수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은 국내환경에 적합하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응용기술에서도 해외를 뛰어넘는 반열에 올라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바이텍도 최근 국내 기술로 무장한 ‘RFID 프린터’를 개발해 외산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여타 외산 장비를 누르고 정부 기관 본 사업에 당당히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미국 발 특허관련 소식은 관련 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RFID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을 대부분 인터멕 등 미국의 특허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만간 닥쳐올지 모르는 특허권 분쟁과 100만달러가 넘는 초기계약금, 판매액의 5∼7%에 이르는 러닝 로열티 지급 부담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자조섞인 말도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RFID 업계 현실을 볼 때 칩, 태그와 리더, 시스템 등 RFID 산업 전반에 걸친 개별기업의 특허 대응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몇몇 기업이 모여 협회를 중심으로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RFID를 통한 유비쿼터스 시대의 열매가 무르익기도 전에 모두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커다란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적재산권과 특허에 무감각한 국내 정서로 인해 별다른 대책 없이 사업에 뛰어든 기업의 책임도 존재한다. 정부 또한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IT839의 8대 서비스 중 하나로 RFID 산업을 지정한만큼,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RFID 특허와 관련된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이에 업계와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향후 닥칠 특허분쟁과 관련해 지혜를 모으고 대응방안 마련에 전력을 질주해야 한다. 적극적인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다.

 ◇이백용 바이텍 씨스템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