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저작권과 한·미 FTA](https://img.etnews.com/photonews/0609/060929114634b.jpg)
저작권·특허권·상표권 등의 지적재산권은 한 국가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며 그 보호와 직결되는 지적재산권 관련 산업은 선진국의 산업구조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1986년 지적재산권 관련법 대폭 개정 이후 1995년 WTO 협정 발효, 1996년 베른협약 가입, 2004년 WIPO 저작권조약 가입 등 한국에서의 지적재산권 보호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한·미 FTA는 17개 분야 중 지적재산권을 포함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그리고 지적재산권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한국에 어떠한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미 FTA에서 지적재산권은 농산물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일반인의 관심을 적게 받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한다면 가장 중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지적재산권 쟁점 중 한·미 간에 그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문은 대부분 저작권 쪽이다. 저작물 접근을 통제하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금지,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책임강화, 저작권 집행 강화에 관한 쟁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저작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저작권자 위치에 있는 미국에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한국에는 중요한 전기가 될 수밖에 없는 쟁점들이다.
한·미 FTA 협정에서는 1986년의 저작권법을 대폭 개정하지는 않겠지만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가 다루는 저작권 쟁점은 상당히 다양하며 권리 집행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역확대를 위한 FTA 체결이 세계적인 추세고 한국도 그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한국은 저작권산업 강화를 위해 한·미 FTA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한·미 FTA의 저작권 쟁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릇된 인식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물 접근을 위한 ID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등의 접근통제는 이미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고 정보이용 시 가격을 차별화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상당한 편익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경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일시적 복제가 인정되더라도 전송권과 사적복제로 인해 그 권리행사의 여지는 적으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단순한 일시 복제만으로 권리침해가 되지는 않는다.
둘째,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제적인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한·미 간 쟁점이 되는 대상은 상당수가 선진국과 많은 국가에서 수용한 것이다. 선진국의 보호수준이 세계 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2008년 1인당 연간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이 이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다. 또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한국에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항이 된다.
셋째, 디지털강국인 한국에 걸맞은 저작권법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층 유리한 위치에 있는 우리 스스로가 강력한 저작권 보호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선진국의 지적재산은 보호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지적재산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 해외에서 보호받으려는 이중적인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다만 미국과 FTA를 협상하면서 몇 가지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그동안 미국의 제안사항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반영해야 하며 둘째, 한·미 간 법체계 차이로 인해 수용하기 곤란한 것은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고 셋째, FTA 타결 후 시행을 위해 적절한 유예기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미 FTA는 한국이 이를 잘 활용하고 앞으로 지적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한 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미 3차 협상이 종료된 한·미 FTA를 수세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이 기회에 한국의 지적재산권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공세적인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대희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ipprof@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