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기 방송위원회가 내놓은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방안이 전임 2기 방송위가 고심 끝에 결론을 내린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니 기가 막힌다. 방송위는 어제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당초 비수도권 단일권역 방안을 무시하고 비수도권을 다시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전 권역을 포괄하는 1개 전국사업자와 권역별 2개 사업자씩을 선정하는 소위 ‘1+2’안을 제시했다.
이번 안은 수익성을 고려해 비수도권을 단일권역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방송의 지역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절묘하게 절충한 것이다. 절충안이 수익성과 지역성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묘안이라면 박수받을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무책임한 타협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이번 안은 후자에 가깝다. 수익성에서나 지역성에서나 모두 미흡할 뿐 아니라 신규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출 보장이라는 점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번 안은 6개 권역에 2개 사업자씩만 선정되고 나머지 1개 사업자의 몫은 일률적으로 전국사업자에게 할당된다. 전국사업자는 이미 수도권에서 사업권을 획득한 국가기간방송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지역성을 강조하면서 국가기간방송의 위치만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반면에 지역방송사업자들은 권역별로 거대 전국사업자와 함께 어차피 3개 사업자 간에 경쟁을 해야 한다. 지역 사업자로서는 2기 방송위가 폐기했던 비수도권 6개 권역당 3개씩, 총 18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이 오히려 유리한 편이다.
지역성을 훼손하면서도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다. 비수도권 단일권역에서는 총 3개 사업자가 선정되지만 1+2안에서는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총 13개 사업자가 출현한다. 말이 13개 사업자지 지역사업자로서는 권역별로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형국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거대 전국사업자 때문에 더 불리하다. 폐기됐던 당초안대로 권역별로 3개 사업자끼리 경쟁하는 게 차라리 나은 편이다.
방송시장의 다양성을 구현한다는 정책 목표도 아리송해졌다. 방송위는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13개 사업자를 모두 지상파 방송사 중심으로 선정하는 1안, 권역별로 신규 사업자를 도입하는 2안, 완전경쟁으로 뽑는 3안 등을 제시했다. 지상파DMB사업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완전경쟁 방식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 이해된다. 1안도 방송사업의 신규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만큼 비현실적이다. 수도권에서도 지상파 방송군과 신규 참여군으로 구분해 사업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비수도권에서 이 원칙을 허물기에는 방송위도 부담이 크다. 결국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지상파방송사와 신규 사업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2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2안은 신규 사업자 참여를 보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방송위 스스로도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신규사업자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으며, 특히 강원·제주 권역과 같이 시장 규모, 재정 자립도 등 사업성 측면에서 상대적 열세인 경우 참여가 불투명하다’고 분석하고 있을 정도다.
3기 방송위는 2기 방송위가 어렵사리 도출한 단일권역안을 뒤집으면서 설득력 있는 해명조차 없다. 유일하게 있다면 2기 방송위의 단일권역안 확정 이후 이해당사자들이 보인 의견이라는 표 하나뿐이다. 이 표에는 수익성을 무시하고 지역성을 내세워 단일권역을 반대해온 방송계의 주장만 제시됐을 뿐이다. 단일권역의 타당성을 주장해온 측의 의견은 아예 무시됐다. 수도권 사업자들마저 비상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야단인데 이에 대한 해명이나 대책도 없다. 1+2안은 본질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이해집단의 요구만을 그럴듯하게 버무린 최악이 될 공산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