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제는 ITU 표준화국장 자리다

 쾌거다. 신임 유엔사무총장에 우리나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실상 확정됐다. 반 장관은 14개 이사국의 찬성표를 얻어 만장일치나 다름없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형식적인 승인 절차만 남은 셈이다.

 유엔사무총장은 세계 최고의 정치·외교수장으로 불린다. 국가 원수급 예우와 교황의 권위를 누릴 만한 지위에 비견된다. 그만큼 국제 정치·사회적 영향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주변 열강의 계산속이 들여다보이지만 확률로만 보면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자리다.

 이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화국장이다. 유엔사무총장이 국제 정치적 명분과 영향력을 의미한다면 ITU 표준화 국장은 경제·기술적 영향력에서 으뜸이다. 경제적 실리가 보장되는 ‘막강한 자리’라는 의미다.

 ITU 표준화국장은 각종 글로벌 IT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 글로벌 표준화는 물론이고 주파수 정책을 비롯해 전 세계 IT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ITU 표준화 국장이 ‘경제적’ 유엔사무총장에 비유되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와이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4세대(G) 이동통신 등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첫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와이브로는 우리가 기술을 주도하고 있지만 표준화에서 밀리면 자칫 그동안의 성과가 도로(徒勞)가 될 수 있다.

 ITU 표준화국장은 4년 임기지만 재선 구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8년간 국제기술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일본이 이번 선거에 올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장국 지위를 이용한 일본의 전방위 공세가 심상치 않다.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했던가. 이럴 때일수록 조용히 세를 모으고 드러나지 않게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통부 장·차관이 유럽과 중앙아시를 방문, 직·간접적으로 지원활동을 벌였으며 본부 국장들도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아프리카·중남미를 돌았다. 하지만 일본의 거센 행보를 보노라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정통부는 물론이고 외교부, 나아가 범부처 차원에서 더욱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는 말이다.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다음달 ITU 표준화국장까지 거머쥐어 글로벌 정치·경제사에 분단국 코리아의 위상과 현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