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이라는 말이 세상에 등장한 지 만 2년이 됐다. 웹2.0은 지난 2004년 10월 5일부터 한 주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오렐리사 주최 ‘웹2.0 콘퍼런스(http://www.web2con.com)’에서 처음 나온 말로 ‘더욱 진화한 차세대 웹’을 뜻한다. 기존 웹(웹1.0)을 공급자와 미디어, 대중광고가 주도했다면 웹2.0은 수요자인 개인이 정보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의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웹2.0은 구글·블로그·위키피디어 등으로 대표되며, ‘플랫폼으로서의 웹’ ‘참여와 협업의 웹’ ‘인간을 위한 웹’으로 정의된다.
7년 전 이맘때 ‘2000년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나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닌 2000년 문제에 세계가 과민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 기업의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에 최근 국내 기업과 학계의 웹2.0에 대한 관심도는 우려할 정도로 낮다. 미국과 일본·중국 등에서는 웹2.0에 많은 사람이 2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약 1년 전부터 일부 네티즌이 관심을 보일 뿐 기업과 학계의 관심은 높지 않다.
웹2.0의 특징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웹사이트의 화면 구성을 이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웹2.0을 적용한 ‘패닉닷컴 쇼핑몰(http://panic.com/goods)’에 들어가 보면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는 방식이 기존 쇼핑몰과는 전혀 다르다. 국내에는 아직 웹2.0을 제대로 적용한 쇼핑몰이 없는 듯하다. 국내 쇼핑몰이 웹2.0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쇼핑몰 판도는 완전히 새롭게 바뀔 수 있다. 또 웹2.0이 포털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면서 포털업계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웹2.0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인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는 ‘세상의 지식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2001년에 영어판으로 시작돼 현재는 전 세계 네티즌에 의해 200개 언어로 만들어져 무료로 공개되고 있는, 누구나 글을 쓰고 수정·보완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국내의 유사 서비스를 이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거인 앞의 난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1∼2년 내에 웹2.0이 국내외 웹 관련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일부 네티즌의 관심이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업과 학계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나는 이번 학기에 정부 지원을 받아 대학원에 ‘e비즈니스 신기술’이라는 정규과목을 신설, 웹2.0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7년 전 2000년 문제 때와는 달리 미국 기업이 조용히 웹2.0에 대해 많은 연구와 적용을 하면서 웹세상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에 우리가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오프라인에서 한·미 FTA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웹2.0을 통한 미국의 사이버 공간 영향력 확대 시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부 네티즌과 몇몇 웹 선각자만이 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제는 웹2.0에 업계와 학계·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만약 산·학·연·관에서 웹2.0에 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IT 강국의 지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싶다. IT 관련 업계와 학계 및 관계 당국에서는 현실화되기에는 아직 이른 유비쿼터스 등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바로 눈앞에 닥쳐 있고 실제로 웹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웹2.0에 지금이라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biztop@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