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구글이 온다

 마침내 구글이 한국에 온다. 10일 구글은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올해 초 본지(1일 11일자)를 통해 ‘구글이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공연히 헛소문을 유포한 것이 아닌지 조바심을 낸 것도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신문이 특종을 한 셈이라 기분이 유쾌하다.

 구글은 이미 3년 전 국내에 영업사무소를 설립하고 검색광고 비즈니스를 해왔다. 그동안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통계치를 내놓는 조사기관과 개별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포털 등의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5% 안팎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 순위도 10위 안팎이다.

 그랬던 구글이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3년여의 경험을 통해 본사의 기술과 상품을 한국에 그대로 서비스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았을 터다. 그래서 개발 인력과 엔지니어 등을 한국에 파견해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상황에 맞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R&D센터 설립의 배경으로 이해된다.

 국내 포털 업계로서는 구글의 R&D센터 설립이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구글의 공세 강화는 NHN으로 대표되는 국내 포털의 입지 약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의 공세에 가장 민감한 인터넷 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상당수의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구글의 전방위적인 한국 시장 공략으로 인력 유출 등의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인터넷 시장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예컨대 10여년 전 야후가 한국에 닻을 내린 상황을 상기하는 원로가 많다. 야후가 국내에 진출했던 1997년 9월 당시 국내 인터넷 시장은 초기 단계였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 공룡인 야후의 국내 상륙은 한국 토종 업체들의 괴멸로 받아들여졌다.

 몇 년이 흐르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야후코리아의 등장은 네이버와 다음 등 토종 인터넷 기업이 속속 포털 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또 야후코리아는 본사의 독보적 기술이던 웹 디렉토리 검색 서비스를 선보여 한국 인터넷 기술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요약하면 야후코리아는 국내 인터넷 시장 발전에서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했으며 이로 인한 ‘야후 효과’가 오늘날 인터넷 강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는 구글은 과거 야후에 비해 더욱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포털들도 그만큼 강하고 몸집도 커졌다. “현재 국내 포털들의 실력과 시장 장악력을 보면 최소한 몇 년 동안은 구글이라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과거 웹1.0 시대 야후의 경우처럼 웹2.0 시대를 맞아 구글 덕분에 국내 인터넷 업계가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도 많다.

 미꾸라지와 메기 이론에 비유하면 구글이라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마침내 큰 입을 벌리고 나타났다. 앞으로 국산 토종 미꾸라지들이 잃어버렸던 초기의 활력을 되찾아 더욱 강건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웹1.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포털들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과 R&D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인터넷 시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어쨌든 구글의 한국 진출로 국내 인터넷 시장은 또 다른 전환기를 맞았다. 국내 포털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는 외산 메기에게 모두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것이 구글의 R&D센터 설립이 주는 메시지인 것 같다.

 디지털문화부·이창희부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