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IT·CT업계가 시끄럽다. 차기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이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모집 공고를 냈다는 소문 때문이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에 의해 진흥원장이 결정됐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IT업계에 정통한 소신 있는 원장을 갈망해 온 부산 IT·CT업계 관계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추석 연휴를 끼고 2주간 모집 공고를 낸 것부터가 모양새가 영 안 좋다는 지적이다. 특정인을 내정한 상태에서 지원자를 줄여 잡음을 최대한 없애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산의 모 IT기업 사장은 “시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그리고 정치권의 영향에도 좌우되지 않는 기관장을 원했는데 결국 또 다시 지역 업체가 원하는 방향과는 멀어지는 것 아니냐”며 내정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지역 기업의 평가와 개인적인 자질이 아닌 인맥이나 학맥에 기대 지원 기관장이 결정된다면 해당 기관의 지원을 받는 기업 역시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보다는 인맥이나 학맥에 의존해 과제사업을 따내고 기업을 키워 가려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과 달리 대구 지역은 분위기가 크게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 지역 진흥원은 파견 직원인 시 공무원이 없다 보니 원장은 물론이고 소속 직원까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매개체가 돼 대구 IT·CT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자체 분석이다.
반면에 부산은 외부 평판이나 능력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을 배경으로 진흥원장이 임명되고 교체되기까지 한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는 그런 경향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며 체념하기도 한다.
부산 업계와 학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는 얘기를 인사권을 쥐고 있는 부산시만 못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업종은 달라도 같은 기업 지원기관장으로 소신껏 일하면서 업계는 물론이고 관련 학계에까지 페어플레이가 정착되는 관행을 만든 사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너무 자주 거론돼 식상하게까지 들리는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가 부산 IT·CT업계를 보면서 새삼 떠오른다.
경제과학부·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