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지도 어언 10여년이 흘렀지만 급격한 성장과 쇠퇴를 거듭해온 가운데 최근에야 진정한 벤처기업의 성공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흔히 벤처기업은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실패 위험은 높으나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 개발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신생 기술집약적인 중소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정부는 많은 정책 수단을 동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고, 벤처기업은 기업대로 정부의 정책이 미비하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 ‘벤처기업 육성’에 들인 노력과 투자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벤처기업의 흥망성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 있지만 최근 센터에 입주해 있는 고성장 벤처기업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IMF와 동시에 벤처붐이 불면서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겼지만 벤처를 꿈꿨던 대학의 교수 및 연구진은 벤처붐으로 인해 ‘기술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최근 우리 지역 내 A기업은 BT와 IT가 접목된 기술의 진단칩 개발로 중국 수출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기업 CEO가 BT 관련 학과 교수다. 기술적 자신감에다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서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내놓고 이를 기술 이전해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됨에 따라 연구 의욕이 높아져 교수 스스로 창업해 성공한 사례다.
둘째, 비즈니스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B기업은 세계를 겨냥한 일류 기술로 그 어느 기업보다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 평가를 받아 봐도 기술력 때문인지 늘 상위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러나 창업 7년째를 맞는 이 기업은 아직 매출액이 없다. 일류 기술의 특성상 장기간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로 보자면 이제는 투자한 만큼 이득을 거둘 시기다. 제3자의 위치에서 보자면 연구개발은 지속하되 상품 가치를 시장에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일류 기술이니만큼 기술 정보는 유출되지 않고 투자자 관심만 유도할 정도의 정교한 비즈니스 능력이 필요하므로 이 분야 전문가가 맡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셋째, 정부의 벤처지원 정책을 잘 활용한 기업들이다. 지역내 C기업은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기업 CEO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까지 특별 교육 시간을 두어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높이고 있다. 도대체 벤처기업에서 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필요하냐 하겠지만 얼마 전 정부지원사업 선정 때 그 진가가 발휘됐다.
기업의 기술력도 기술력이겠지만 눈에 띄게 일목요연한 발표로 여러 지원 기업을 제치고 사업을 거머쥐었다. 이 기업은 뛰어난 발표력 때문인지 현재 정부지원사업을 3개나 수행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산업자원부의 연구인력 고용지원사업을 통해 직원 인건비를 정부사업비로 지급하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 R&D사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 선정된 기업은 매년 1억∼2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러한 특성들을 그대로 잘 활용한다 해도 벤처기업의 성공이란 그리 만만치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정부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형 기업환경을 갖추기 위해 10개 분야 115개 과제를 선정하는 등 다시 한번 벤처 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지역에 포진해 있는 테크노파크라든지 지역산업진흥원, 대학의 특화 클러스터 센터 등 신기술 벤처기업을 육성 지원하는 지역혁신 기관들 역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면서 ‘제2의 벤처붐’ 시대를 기다려 본다.
◆박수복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parksb@gwt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