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특허 부여` 논쟁 새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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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SW) 자체에 특허를 부여하는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이 ‘SW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특허청과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이에 따라 특허청 주도로 진행돼온 SW 특허 부여 문제는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체 없는 프로그램의 청구항 인정이 핵심=SW 특허 부여 논쟁의 핵심은 매체(CD롬 등)에 담기지 않은 컴퓨터 프로그램도 특허청구항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1984년 ‘컴퓨터 관련 발명 심사기준’을 제정해 SW 중 아이디어 부분을 특허로 보호하고 있고, 1998년부터는 플로피 디스켓이나 CD롬 등 ‘컴퓨터 프로그램이 저장된 기록매체’도 보호해 오고 있다.

 특허청의 주장은 장치·방법·매체 등에 SW 특허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제 매체 없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특허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권리를 강화, 결국 국내 중소 SW산업 발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W진흥원 반박 나서=국내 SW산업의 정책 담당자인 KIPA는 최근 ‘SW 특허 논쟁’이라는 자료를 통해 SW 특허 부여에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자료는 우선 SW 특허가 광범위하게 허용될 경우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공공 정책 목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W 특허는 비용적 측면에서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법률적 관리비용이 더 들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SW의 광범위한 특허 부여는 표준이 포함된 특허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개발 의지를 감퇴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EU에서 대기업이 SW 특허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특허를 신규 진입자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활용, SW 신규기술 개발 시 지급해야 할 로열티 상승으로 기술개발 투자 의욕을 감소시킨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또 새로운 SW의 생산비용을 높여 경쟁 상품의 출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에서 마련된 ‘컴퓨터관련 심사기준’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특허를 인정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KIPA 측은 “SW 특허 부여는 권리자의 보호와 중소기업 육성과 같은 공공 정책 목표와의 적절한 균형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우려로 인해 특허 대상에서 SW가 제외된 EU의 사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 국면 맞은 SW 특허 부여=국내 SW정책을 총괄하는 KIPA가 SW의 특허 부여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그동안 이 문제를 적극 추진해왔던 특허청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특허청은 이달에 업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김동엽 특허청 정보통신심사본부 컴퓨터심사팀 기술서기관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실제로 업계의 반발이 심하면 추진작업을 조정하겠지만 프로그램 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체와 방법 등을 통해 이미 SW에 특허가 부여되는 상황에서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특허부여 범위를 조금 늘리는 것이 관련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EU도 문제가 있어 SW 특허 부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KIPA가 공식 우려를 표명한만큼 특허청도 좀더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