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TTL의 법칙](https://img.etnews.com/photonews/0610/061013022154b.jpg)
스포츠 마케팅, 문화콘텐츠 마케팅 등 새로운 마케팅이 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영역이나 산업에서 시장과 소비자 그리고 마케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반갑기까지 하다. 이러한 새로운 마케팅은 대체로 두 범주로 나뉘는데 문화콘텐츠 마케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문화콘텐츠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e & content)과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culture & content for marketing)이 그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두 가지 모두 아직까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의 실천을 위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요구되고 있는 시장 환경도 그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기존 국내 기업의 마케팅 역량을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부가가치의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위한 마케팅이다. 기존 산업에 비해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곳은 아직까지 역사가 짧고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다수다. 이렇다 보니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기업의 열정과 창의성, 잠재능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마케팅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매우 중요하다. 문화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문화콘텐츠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문화콘텐츠 브랜드로는 안 된다. 신뢰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 브랜드만으로도 부족하다. 소비자 감성을 소비하는 문화콘텐츠여서 더욱 그렇다.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 브랜드의 구축이 절실하다. 문화콘텐츠 브랜드는 트레이드마크(Trademark), 트러스트마크(Trustmark)를 넘어선 러브마크(Lovemark)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영문의 앞글자를 딴다면 TTL의 법칙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디즈니를, 헬로키티를, 비틀스를 사랑한다. 이러한 러브마크 탄생을 위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우선 문화콘텐츠의 컨셉트 또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MTV와 투니버스는 분명한 포지셔닝의 덕을 보았다.
스토리텔링의 힘 역시 길러야 한다. 핀란드의 로바니에미라는 곳은 산타마을로 유명하다. 산타우체국을 만들고 전 세계 아이들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주는 노력을 통해 꿈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곳이다. 요즘 사람들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을 찾지 않는다. 꿈과 희망 그리고 재미가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애착은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사람들은 디즈니와의 추억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을 소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목표 시장을 분명히 하고 그들의 감성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흔히 어린이 시장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재미를 강조한다. 하지만 남자 아이들은 파워에서 재미를 찾지만 여자 아이들은 예쁜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좀더 구체적인 목표 시장 선정과 감성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주변에서 문화콘텐츠는 원소스 멀티유스 산업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콘텐츠가 이에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많은 문화콘텐츠가 시장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공한 경우라도 원소스 멀티유스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 브랜드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브랜드의 러브마크 탄생을 기약하다 보니 “나에게 필요한 것은 500개의 TV채널이 아니다. 내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한 채널”이라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김해룡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hrkim@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