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중한 투자

 지난 9일 주식시장은 북한 핵에 제대로 얻어 맞았다. 9일 하룻동안 코스피가 32포인트 하락했고 코스닥은 연중 최저지수인 539선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사흘이 지난 어제 주식시장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사건 당일 ‘얼마나 더 떨어질까’를 걱정하던 개인 투자자들도 외국인의 매수 바톤을 이어받아 투매에서 투자로 돌아서며 주식을 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7월 5일 10포인트 남짓 주가지수를 끌어내렸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번 사건은 성격이 분명 다르며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국제유가 하락 등의 호재가 국외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어서 꼭 부정적으로만 사태를 파악해선 안 된다. 또 불확실성을 딛고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증시를 살펴보면 정치적인 사건은 단기적인 악재에 불과하다는 증시 속설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우리 증시가 다소 의외라는 목소리와 함께 단기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상승 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계속되는 외국인의 ‘셀코리아’에 이어 북핵 충격도 잘 견뎌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컸던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주식시장의 모습은 우리 증시가 튼튼한 내성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증시의 내성만 믿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여전히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내년도 국내 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장기화된다면 북핵으로 쓰러진 증시의 방향을 돌려놓았던 외국인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위험이 큰 만큼 수익도 크다”고 한 개인 투자자는 말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자칫 큰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신중한 투자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경제과학부·설성인기자@전자신문,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