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소니 `워크맨`이 구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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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맨’이 수렁에 빠진 소니를 구해줄 것인가.

잇따른 배터리 리콜 파동과 플레이스테이션3(PS3) 출시 지연으로 비틀거리는 소니가 분위기 반전 카드로 ‘워크맨(Walkman)’을 내밀었다.

단순히 애플의 ‘아이팟’을 겨냥한 제품 출시라는 의미를 넘어 휴대형 음악기기 시장에서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는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새 단장한 ‘워크맨’의 성공 여부는 당장 내년초 출시할 PS3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니로선 성공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워크맨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왕좌를 되찾겠다는 소니의 의지는 지난주 선보인 5개 ‘워크맨’ 신제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이팟에는 없는 신기능을 대거 채택했다. PC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소음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소니는 나아가 동영상을 구현하는 ‘비디오 워크맨’도 개발중이라고 슬쩍 흘렸다.

요시오카 히로시 오디오 담당 부사장은 “애플이 갖지 못한 많은 강점이 있어 애플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충분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니 워크맨은 지난 1979년 첫 출시 이후 20년이상 세계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을 지배했다. ‘트리니트론TV’와 같이 수많은 히트상품이 있었지만 ‘워크맨’이야 말로 소니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소니는 2000년대 들어 디지털화 흐름을 읽지 못했고, 게임기 사업에 집중하느라 방치한 사이에 애플에게 왕좌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컴퓨터는 미국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의 75%를 점유한 반면 소니의 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데이 노부유키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EO 행사에서 ‘아이팟’이 ‘워크맨’의 자리를 빼앗은 데 대해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애플의 미래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소니는 이번 워크맨 신제품 출시로 이러한 성공을 재연하려 한다. 브랜드 ‘워크맨’은 예전같지 않지만 아직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상위권에서 탈락하는 듯 했던 휴대폰제조업체인 소니에릭슨은 지난 2분기에 세계 4위를 되찾았다. 지난 13일 분기 실적 발표에선 매출증가율 28.2%, 순익증가율 186.5%로 5위와의 격차를 너 넓혔다. 소니에릭슨의 회생은 바로 지난해 ‘워크맨’ 브랜드를 단 음악폰의 출시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워낙 애플 아이팟의 아성과 2위인 샌디크 및 후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강력한 도전과 핵심 고객층인 10대에겐 약한 브랜드 파워다.

너무 많은 사용자들이 아이팟에 익숙해졌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준’)과 샌디스크(‘산사’) 등의 경쟁력도 위협적이다. 대부분 10대와 20대인 MP3플레이어 사용자에게 ‘워크맨’ 브랜드의 힘도 상대적으로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약하다. 워크맨폰의 성공을 재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소니가 ‘아이팟’에 익숙한 사용자의 습관을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워크맨’의 성패가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가 워크맨 신제품에 대한 소니의 마케팅 활동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